― 돌멩이를 줍는 사람에서 돌의 세계를 창조하는 사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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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의 대표적인 사진작가 서진종을 보고 있노라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사람, 조금 맛이 간 것 아닌가?”
그런데 예술가에게 있어서 ‘맛이 간다’는 것은 어쩌면 꽤 훌륭한 징조인지도 모른다.
남들이 멀쩡하게 보이는 세상을 멀쩡하게 보지 못하는 사람, 남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치는 것에 발목이 잡히는 사람. 바로 그런 인간들이 결국 무엇인가를 만들어낸다.
서진종에게는 그것이 몽돌이었다.
그는 최근 수년 동안 몽돌에 단단히 천착해 전국을 누볐다. 바닷가에 널려 있는 수많은 돌 가운데서도 자신의 철학과 미학에 맞는 돌을 찾아내기 위해 전국을 헤맸다. 그러나 그의 집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처음에는 찾는 재미였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만드는 재미에 빠져버렸다.
마음에 드는 몽돌을 고르고 또 골라 무거운 돌을 등짐에 지고 집으로 가져온다. 수조를 만들고, 그 안에 돌을 담그고, 안료를 사다가 칠하고, 목수를 불러 틀을 짜고, 그 틀 속에 돌을 하나하나 박아 넣는다. 보고 있으면 절로 한마디가 튀어나온다.
“참나…… 사람이 돌멩이 하나 때문에 여기까지 가야 하나?”
그런데 바로 그 지점에서 예술이 시작된다.
남들이 돌을 돌로 볼 때,
서진종은 돌에서 시간을 본다.
남들이 몽돌을 바닷가에 굴러다니는 흔한 돌멩이로 볼 때,
그에게 몽돌은 파도와 바람과 세월이 수만 번 부딪혀 만들어낸 하나의 조형 언어다.
둥글게 깎인 표면에는 바다가 지나간 시간이 있고, 매끈한 곡선에는 파도의 폭력이 있으며,
묵직한 돌의 침묵 속에는 인간이 흉내 낼 수 없는 자연의 억겁 시간이 들어 있다.
그러니 서진종에게 몽돌은 단순한 소재가 아니다.
자연이 먼저 만든 작품을 다시 인간의 관념으로 끌어들이는 일종의 예술적 반역이다.
그는 자연이 만든 몽돌을 그대로 전시장에 옮겨놓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
고르고, 옮기고, 담그고, 칠하고, 조립하고, 배열한다.
자연의 작품을 가져다가
자신의 관념으로 다시 해체하고
다시 조립한다.
결국 그의 몽돌은 어느 순간부터 ‘돌’이 아니게 된다. 그것은 서진종이라는 한 예술가의 시선이 붙잡아 놓은 또 하나의 세계가 된다. 그리고 마침내 일이 벌어졌다.
그의 몽돌이 호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전국의 갤러리에서 초대가 이어지고, 그는 다시 전국을 누비며 전시장으로 향한다. 이제는 몽돌을 찾아 전국을 떠돌던 사람이 아니라, 몽돌로 만들어낸 자신의 세계를 들고 전국을 떠도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서울 한복판, 대학로 혜화아트센터에서 초대전을 열고 있다. 하지만 서진종을 몽돌에 미쳐 있는 ‘석두(石頭)’쯤으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그의 진짜 무기는 몽돌이 아니라 예술을 바라보는 눈과 그것을 구현해내는 기술이다. 그는 한 테마에 자신을 가두지 않는다. 다양한 테마를 넘나들고, 서로 다른 테크닉을 결합하며, 때로는 사진가의 문법으로, 때로는 조형가의 손으로, 또 때로는 회화적 감각으로 작품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그의 작업을 한마디로 규정하기가 쉽지 않다.
사진이라고 하기에는 조형적이고,
조형이라고 하기에는 회화적이며,
회화라고 하기에는 사진적이다.
어쩌면 그것이 서진종 예술의 가장 재미있는 부분인지도 모른다. 장르의 경계가 무너지는 곳에서 자기만의 예술을 만들어내는 것. 그가 지금까지 다양한 예술 장르를 넘나들며 이룩해온 작업과 활동을 한 페이지에 모두 기록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다. 그의 작품세계만큼이나 그의 예술적 행보도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 주목할 것은 그가 자신의 작업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는 남도의 수많은 작가들과 함께 호흡하며 후배 예술가들을 길러내고, 그들이 예술가로 살아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길라잡이 역할까지 해왔다.
어쩌면 이것이 진짜 예술가의 모습일 것이다.
자기 작품 하나를 남기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걸어온 길 위에 다른 예술가들이 걸어갈 수 있도록
작은 길 하나를 더 만들어주는 것.
그러니 서진종의 몽돌은 단순한 돌멩이가 아니다.
그것은 자연과 인간, 발견과 창조, 사진과 조형, 집착과 예술 사이에 놓인 하나의 질문이다.
“도대체 예술이란 무엇인가?”
서진종은 그 질문에 말로 답하지 않는다. 그저 오늘도 돌 하나를 들여다본다. 그리고 마음에 들면 또 집으로 가져간다. 아마 내일도 그럴 것이다.
앞으로 그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 글: 김가중
[전시 개요]
전시명: 서진종 개인전 《몽돌》
전시기간: 2026년 9월 18일(금) ~ 2026년 9월 30일(수)
전시장소: 혜화아트센터 (서울 종로구 대학로)
전시작품: ‘몽돌’을 주제로 한 사진 및 조형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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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자존을 높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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