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누드원정기》 칭기스칸 무덤찾기

입력 2026년06월16일 12시43분 김가중 조회수 157

그날 밤 우리는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산으로 향했다.

앞장서던 몽골 청년이 그러렁 그리듯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 아주 신성한 산이다."

순간 심장이 내려앉았다.

신성한 산에서 누드촬영을 계획하고 있는 인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늘에도 CCTV가 있다면 상당히 난처한 상황이었다.

혹시 지금 탱그리께서 구름 사이로 내려다보며 회의를 소집하시는 건 아닐까.

 

"한국에서 이상한 사람이 또 왔습니다."

"이번엔 옷까지 벗긴답니다."

그 산은 어쩌면 칭기스칸의 후손들이 성산으로 여기는 바르칸, 밝은 산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바르칸 칼둔.

몽골 정신의 심장.

그들이 어디를 떠돌든 마음속에서 함께 움직이는 산.

 

이산 어딘가에 칭기스칸이 잠들어 있을는지도 모른다. 그의 무덤이 어디인지 아무도 모른다. 세계에서 가장 큰 제국을 정복했던 칸이었기에 그의 무덤엔 엄청난 역사와 비밀이 묻혀 있을 거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특히 세상에서 더 이상 볼 수 없는 기이한 보물들이 상상을 넘어서는 만큼 묻혀 있다는 것도 정설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세상에는 없는 게 없는데 정작 그 거대한 사내의 주소만 없다. 택배기사도 포기했고, 고고학자도 포기했고, 심지어 귀신도 길을 잃었다는 소문이 돈다. "여기가 맞나?" 하고 삽질하다가 양만 한 마리 만나고 돌아가는 것이다.

 

전설에 따르면 장례 행렬은 무덤의 위치는 물론 흔적조차 숨기기 위해 지나가는 사람들을 모두 없앴고, 그들을 처리한 병사들마저 다시 없앴으며, 마지막에는 그 병사들까지 없앤 사람들도 사라졌다고 한다. 결국 비밀을 아는 사람이 한 명도 남지 않았다. 인간이 만든 최고의 보안 시스템이었다. 현대식으로 말하면 비밀번호를 적어 둔 종이를 태우고, 컴퓨터를 부수고, 서버를 폭파한 뒤 관리자까지 퇴사시킨 셈이다.

 

학자들은 수백 년 동안 무덤을 찾으려 애썼다. 위성사진도 보고, 레이더도 돌리고, 드론도 띄웠다. 그러나 몽골 초원은 태연하다.

"찾아봐."

양들은 아마 속으로 비웃고 있을 것이다.

"인간들 참 희한해. 살아 있을 때는 세계를 정복하더니 죽고 나서는 자기 집 하나 못 찾네."

 

더 웃긴 것은 누구나 "여기가 아닐까?" 하는 장소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이는 산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계곡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강가라고 한다. 인터넷에는 전문가가 수천 명인데 정답은 아직도 0명이다. 시험이 이 정도면 출제자가 너무한 것이다.

 

혹시 칭기스칸도 저승에서 흐뭇하게 웃고 있을지 모른다.

"내가 살아서는 성벽을 넘어 다녔는데, 죽어서는 너희들이 내 흙무덤 하나 못 넘는구나."

 

가끔 엉뚱한 상상도 해본다. 만약 어느 날 삽 하나 잘못 꽂았는데 돌문이 열리며 거대한 지하 궁전이 나타난다면? 세계의 학자들은 환호하고, 방송국들은 생중계를 하고, 다큐멘터리 제작진은 눈물을 흘릴 것이다.

 

그런데 문 안쪽에 딱 한 줄만 적혀 있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다. 진짜 무덤은 다른 데 있다."

그 순간 전 세계 고고학자들은 단체로 허탈한 웃음을 터뜨리고, 칭기스칸은 역사상 마지막 전투에서조차 승리한 사내가 될 것이다.

 

어쩌면 그의 가장 위대한 정복은 영토가 아니라 호기심이었는지도 모른다.

800년이 지난 지금도 인류는 삽을 들고 초원을 헤매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바람은 진짜 칭기스칸 기병대였다.

사방에서 말발굽 소리처럼 휘이익 몰려와 귀를 물어뜯고, 코를 쥐어박고, 정신줄까지 약탈해 갔다. 체감온도는 영하 30도가 아니라 영하 인생이었다.

 

정상에 오르자 몽골 청년들의 표정이 갑자기 진지해졌다.

"이제 탱그리께 보고 올린다."

 

탱그리.

하늘의 신.

몽골 사람들은 중요한 일이 생기면 먼저 하늘에 인사를 드린다고 했다.

 

사업을 시작해도 보고.

집을 지어도 보고.

결혼을 해도 보고.

아마 휴대폰 액정 갈아도 "탱그리님, 액정만 교체합니다" 하고 보고할 것 같았다.

 

청년들은 조용히 의식을 시작했다.

나는 옆에서 벌벌 떨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탱그리님..."

"사실 저희 목적이 설명하기가 좀 어렵습니다."

"문화예술이라고 하면 맞는데..."

"옷은 조금...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가능하면 이번만 눈감아 주십시오."

"한국에서 카메라 메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 순간 문득 오래전에 잊고 살았던 기억 하나가 불쑥 떠올랐다.

어릴 적 우리 어머니는 무슨 국가기밀 작전을 수행하듯 새 옷으로 갈아입고 장독대 앞에 정한수 한 그릇을 올려두곤 했다. 그리고 두 손을 모아 우주와 독점 계약이라도 맺은 사람처럼 중얼중얼 기도를 드렸다.

 

지금 생각하면 집안에 무당은 없었는데 하늘하고는 직통 핫라인이 있었다.

보름달이 둥실 떠오르는 밤이면 의식은 더욱 거창해졌다.

어머니는 아무렇지도 않게 나를 달님에게 양자로 보내 버렸다.

 

"달님 달님, 이 자슥 좀 데려가 잘 키워 주이소." 공식적인 달의 자식.

그날 이후 나는 인간이 아니라 달나라의 아들로 출장 나온 우주인이었다.

 

세상에 얻어맞고, 사기에 당하고, 예술한다고 욕먹고, 밥벌이한다고 허덕이며 살다 보니 그런 기억은 오래전에 잊힌 줄 알았다.

 

그런데 몽골의 차가운 겨울 하늘 아래 서 있는 순간.

그 기억이 번개처럼 머리를 후려쳤다.

 

"아 맞다."

"나 달의 아들이었지."

몽골의 젊은이들은 아직도 신과 자연이 살아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었다.

 

우리가 스마트폰 알림에 하루를 맡길 때,

그들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바람의 방향을 읽고,

달의 얼굴을 바라보고,

땅의 숨결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의 눈빛은 이상하리만큼 맑았다.

마치 우리가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잃어버린 것을 아직도 가슴속에 품고 사는 사람들 같았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문명이 발전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몽골의 초원에서 내가 발견한 것은 새로운 세계가 아니었다.

오래전에 잃어버린 내 어린 시절이었다.

그리고 저 멀리 둥실 떠 있는 보름달이 빙긋 웃으며 내게 말했다.

 

", 이놈아."

"아들이면 명절에 연락이라도 해야지."

"몇십 년 만에 얼굴 보러 왔는데, 하필 누드촬영하러 왔냐?"

 

















 
결제하실 금액은 원 입니다.
무통장 입금시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