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누드원정기》 탱그리도 "쟤는 왜 왔냐?"고 묻던 밤

입력 2026년06월16일 12시07분 김가중 조회수 130

어두운 밤이었다.

아니, 그냥 어두운 정도가 아니었다.

내 인생의 미래 전망처럼 캄캄했다.

 

비행기 문이 열리는 순간. !

몽골의 찬바람이 면상을 정통으로 후려쳤다.

 

"... 이건 기후가 아니라 폭행이구나."

 

서울에서 비싸게 산 거위털 패딩을 입고 왔는데 그게 거의 런닝셔츠 수준이었다.

옆에 있던 현지 아저씨는 얇은 점퍼 하나 걸치고 태연하게 담배를 피우는데, 나는 이미 영혼이 반쯤 냉동되어 있었다.

 

공항은 소박했다.

아주 소박했다.

인천공항이 5성급 호텔이라면 여기는 "그래도 지붕은 있잖아" 수준이었다.

 

밖으로 나오니 승용차 몇 대와 승합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현지 청년들이 우르르 달려와 반갑게 악수를 청했다.

손을 잡는 순간 또 놀랐다.

사람 손이 아니라 냉동 오징어를 잡은 줄 알았다.

그래도 사람들 인상은 참 좋았다.

순간 마음이 놓였다.

 

그 안도감은 정확히 317초 갔다.

주차장 바닥을 보는 순간이었다.

 

세상에...

눈이 녹고 얼고 녹고 얼기를 수백 번 반복했는지 바닥 전체가 거대한 스케이트장이었다.

"여기서 미끄러지면 병원 가는 게 아니라 화석으로 발견되는 거 아닙니까?"

걸어가는 게 아니라 유언장을 쓰는 심정으로 한 발 한 발 전진했다.

 

짐을 싣고 승합차에 올라탔다.

드디어 살았다 싶었다.

그런데...

차 안이 더 춥다.

밖이 영하 30도라면 차 안은 영하 28.

히터는 분명 달려 있었다.

작동도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따뜻한 바람 대신 희망만 아주 조금 내보내고 있었다.

그 존재감은 마치 다이어트 중 냉장고 속 샐러드 같았다.

있긴 있는데 아무 도움이 안 된다.

 

차가 울란바토르 시내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창밖을 본다.

 

.

 

또 눈.

 

또 눈.

 

또또 눈.

 

.

 

.

 

.

 

하나님이 겨울을 너무 사랑하셔서 몽골에만 한꺼번에 배송하신 것 같았다.

한참을 달려 드디어 시내가 나타났다.

솔직히 서울 야경 같은 화려함을 기대했다.

하지만 울란바토르는 다른 방식으로 아름다웠다.

마치 평생 얻어맞으며 살아온 권투선수가 링 위에서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씩 웃으며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안 죽었다."

그 도시를 보는 순간 이상하게 가슴이 뜨거워졌다.

몸은 영하 30도에 얼어가는데 감성만 영상 40도였다.

 

그런데 그때는 몰랐다.

이 추위가 앞으로 벌어질 대환장 누드촬영 사태에 비하면 예고편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탱그리 신도 아마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중얼거렸을 것이다.

"저 인간은 예술가가 아니라 재난 체험 프로그램 출연자인가?“

















 

 

 
결제하실 금액은 원 입니다.
무통장 입금시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