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택영 사진가 겸 수필가, 월간문학 11월호에 빛을 내다.

입력 2024년11월01일 14시39분 김가중 조회수 746

 정택영 사진가 겸 수필가, 월간문학 11월호에 빛을 내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이후 문학 활동이 더욱 활발해져 유명매체에 선정되기 어려워졌다는 후문이다. 정택영 사진작가 겸 수필가의 작품이 월간문학 202411월호 지면에 실리는 영광을 안았다.

 

"월간문학"1968년부터 올해까지 통권 669회째 발간했다. 수많은 실력파 문인들을 길러낸 "월간문학"은 한국문단의 중심에 서 있는 50여 년 전통의 종합 문예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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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2024-08-26

아니타 무르자니

정택영

사후 세계에 가 본 사람이 있다면 만나보고 싶지 않은가.

말기 암과 사투 끝에 죽음 문턱을 넘어갔다 돌아온 아니타 무르자니를 우연히 알게 되었다. 놀라움 속에서 그녀가 지은 책,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를 읽었고 실제 모습은 유튜브 동영상으로 보았다.

200622, 아니타의 몸은 기능을 멈추었다. 서른 시간 동안의 임사(臨死) 체험에서 깨어난 뒤부터 그녀는 존재에 관한, 그리고 우주에 관한 생각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기적적으로 암에서 완치된 지금, 그녀는 일반 사람들과 사뭇 다른 삶의 관점을 들려준다. 죽음이 더는 공포가 아닐 때 두려움은 없다. 병과 나이 듦, 심지어 죽음까지도 무섭지 않다. 무엇도 이제 그녀를 더는 두렵게 할 수 없다. 죽음이야말로 늘 마지막 시나리오로 여겨지지 않던가.

아니타는 저 너머 세상에서 무엇을 보고 뭘 느꼈을까. 내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에서 소름 돋을 만큼 신비로웠다. 우리 모습은 영적인 존재이고, 몸을 입고 사는 동안 몸이란 내면 상태의 반영에 불과하며, 삶이란 영적인 경험으로 변화하고 진화한다는 생각 말이다.

그녀는 사람이란 누구나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사랑받아 마땅한 장엄한 존재임을 깨달았다. 삶의 유일한 목적은 진실대로 사는 데 있다. 본디 제 모습이 사랑임을 확신하고는 환희에 찬 목소리로 노래했다.

그렇게 발버둥 치며 사는 게 아니었어요. 삶이란 기쁘고 자유롭게 살면 됩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온 건 우리 자신의 삶을 기분 좋게 느끼고, 표현하고, 재미있어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몰랐어요.”

나는 특히 그녀가 종교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우리가 살면서 특별한 의식을 실천하고 교리를 따르는 등, 뭔가를 하느라 애쓸필요가 없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육체적 삶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기 위해 특별히 할 게 아무것도 없다니! 기도나 찬송, 용서, 그밖에 다른 무엇도 필요 없단다. 그녀 말에 따르면 우리는 사고(思考) 상태가 아니라 존재(存在) 상태에 있으며 그것은 곧 순수 의식이다. 뭔가 바라는 게 있다면, 밖으로 나가서 구하려고 할 게 아니라 자신의 의식을 확장해 우주 에너지가 여기 내 현실 속으로 흘러들도록 하면 된다. 우리는 물리적 우주와 그 안에서 삶을 경험하고 펼치기 위해여기 와 있다는 이야기이다

아니타는 임사 상태에서 모든 걸 보고 들을 수 있었으며, 세상에 돌아오기로 스스로 결정했다. 이곳 삶이야말로 가장 가치 있는 상태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진정한 장엄함은 바로 이 순간에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하긴, 천국이 아름답다 해도 영혼 그 자체로는 무엇을 직접 만지고 체험하듯 할 수는 없으리라. 덕수궁 안 단풍나무들이 자지러지게 예쁜 빛으로 물든 때, 폐부 깊숙이 고궁의 가을 해를 들이마실 수 있을까? 소슬바람에 황금빛 이파리를 분분히 떨구는 은행나무 아래서 아리따운 신부가 되어 면사포 자락 길게 끌며 사진 찍을 수 있겠는가. 아니타의 말은 어렵지 않다. 마음이 편해지고 내 지친 일상에 큰 위로가 되었다.

우리 자신이 곧 사랑이라는 진리를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것을 알면 다른 사람을 사랑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어요. 그 대신 그저 자신에게 진실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게 우리는 사랑 에너지의 도구가 되며, 우리가 만나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고 두려움을 놓아버릴 수 있답니다. 이 주제에 관하여 인간이 그토록 난감해하고 두려워하는 이유는, 우리가 사후 세계와 신이라는 개념을 인간의 관점에서 만들어 냈기 때문이죠. 이 개념들에 물리적 속성을 부여하고 우리가 취약하게 여기는 가짜 가치를 덧씌웁니다. 두려움, 심판, 처벌과 같은 가짜 가치들 말이죠. 그러고는 우리가 만들어 낸 것들에 온 힘을 투사합니다.”

임사 체험하기 전까지 그녀는 늘 삶의 안내를 받고자 바깥으로 찾아 헤맸다. 이제 그녀는 어떤 정형화된 방법론이나 질서, 의식, 주의나 신조를 따르지 않는다. 믿음이나 신앙은 앞에서 무용지물이었다.

그녀에게 신이란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존재의 상태라는 깨달음이 왔다고 한다. 그녀는 신을 그녀 자신이나 누구와도 떨어져 있는 분리된 실체로 보지 않는다. 멀리 떨어져 있는 외부의 신에게 기도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한순간도 빠짐없이 그녀와 우주는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 말에 나는 깊이 공감했다.

앞으로 살날이 한 달이 남았든 백 년이 남았든 매 순간을 최고치로 살고,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려고 해요. 개인적 영성의 길을 따를 때, 우리는 존재 내면에서 울리는 북소리를 따르게 되고, 그 중심에 있는 무한한 자아가 함께 합니다.”

잔잔한 호수에 큰 파문이 일었다. 이러한 신선하고도 충격적인 주장은 진정한 해방으로 내게 다가왔다. 이는 그동안 알던 상식과 내가 지켜온 신념을 송두리째 바꿀 수도 있는 엄청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아니타는 메시아처럼 주저함이 없었다.그저 자신이 되려고 하세요. 당신 모습 그대로를 사랑합니다! 당신은 이미 완벽합니다. 두려움은 없습니다. 영적 길에서 필요한 원칙이라면, 날마다 최대한 많이 웃는 것입니다. 이는 어떤 형태의 기도나 명상, 찬송, 혹은 식생활 개선보다 앞선답니다. 유머와 사랑의 눈으로 보면 일상의 어떤 문제도 심각하지 않아요. 우리가 사랑이라는 깨달음과 유머 속에서 살아갈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게임에서 이겼어요.”

아니타는 겪어온 경험과 그 과정에서 얻은 교훈들, 치유의 힘, 제한 없고 충만한 삶에 관한 이야기를 전 세계 사람들과 나누고 있다. 그녀는 우리가 모두 하나이며, 동일한 전체 속에 개개 얼굴들일 뿐이고, 우주 에너지에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강하게 느낀다고 했다. 그녀의 웹사이트에 들어가 친구로 등록했다. 그러자 바로 그녀에게서 따뜻한 답장이 왔다. 그녀와 내가 바로 소통하다니! 더는 책 속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우리가 하나로 연결된 순간이다. 아니타 무르자니, 그녀의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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