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칭스! - 역사야 미안하다

입력 2026년08월02일 10시33분 김가중 조회수 79


역사에 예술을 입히다. 金嘉中 누드 철학

념이 또 사고를 쳤다.

사람만 부르면 되는데 꼭 시대까지 불러온다.

마르코 폴로를 소환하더니 이번엔 칭기스칸이다.

 

"!"

뒤를 돌아보니 정말 칭기스칸이 서 있었다.

나는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칭스!"

그도 씩 웃으며 말했다.

"카카중!" 젠장 받침은 빠졌지만 칸이 두 개나 붙었으니 왕중왕 아니가.

그날 이후 우린 친구다.

역사책은 그를 칭기스칸이라 부르지만 우리들은 그냥 칭스라고 부른다.

영웅도 별명 하나쯤 있어야 인간미가 있다.

세상은 칭스를 너무 심각하게 연구한다.

 

영웅이다.

폭군이다.

정복자다.

학살자다.

세계화의 아버지다.

동서문명의 다리다.

 

나는 그 모든 학설을 조용히 덮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그냥 돌아다니는 걸 너무 좋아한 사람.

역사상 가장 큰 역마살.

말보다 먼저 달리고.

바람보다 먼저 떠나고.

국경을 보면 넘고 싶고.

강이 있으면 건너고 싶고.

산이 있으면 정상에서 고기 구워 먹고 싶었던 인간.

 

그게 칭스다.

칭스는 세계를 정복한 것이 아니다.

심심함을 정복했다.

집에 있으면 심심했다.

그래서 나라를 하나 먹었다.

그래도 심심했다.

그래서 대륙 하나를 더 먹었다.

그래도 무료했다.

그래서 유럽 문 앞까지 가서 노크했다.

"계십니까?"

유럽은 그 노크 소리에 500년 동안 잠을 못 잤다.

 

역참제?

역사책은 그렇게 어렵게 쓴다.

그냥 세계 최초의 쿠팡이다.

말이 물건 싣고 달리고.

말이 편지를 싣고 달리고.

말이 소문을 싣고 달리고.

말이 전염병도 같이 싣고 달렸다.

택배는 늘 서비스가 과하다.

 

마르코 폴로도 그 택배를 얻어 타고 동양까지 왔다.

그리고 돌아가서는 입이 쉬도록 떠들었다.

", 거긴 종이도 있다."

"불도 터진다."

"돈도 종이다."

"국수도 길다."

유럽은 집단 멘붕.

 

"우리도 가자!"

결국 콜럼버스까지 뛰쳐나갔다.

인도 간다더니 미국을 찍었다.

인류 최대의 길치.

역사상 가장 성공한 길 잃기.

 

나는 가끔 칭스에게 묻는다.

", 그렇게 많이 정복해서 뭐 했냐?"

칭스는 양고기를 씹으며 대답한다.

"추억."

그 한마디에 세계사가 무너졌다.

사람들은 칭스를 칼로 기억한다.

나는 아니다.

그는 지도를 찢어버린 최초의 인간이다.

 

국경선?

그까짓 연필 자국.

말발굽 한 번 지나가면 끝이었다.

세상은 하나의 초원이 되었고,

문명은 서로 부딪쳤다.

 

종이는 서쪽으로 달리고.

화약도 달리고.

나침반도 달리고.

비단도 달리고.

철학도 달리고.

욕도 같이 달렸다.

문명은 원래 좋은 것과 나쁜 것을 한 마차에 태운다.

 

그러나 역사는 잔인하다.

칭스가 키워준 유럽은 훗날 세계의 주인이 되었다.

 

칭스의 후손은?

"우리 할아버지가 세계를 정복했어."

"그래서?"

"양 치러 간다."

 

역사 최고의 반전.

부메랑은 던진 놈부터 맞는다.

 

요즘 여행은 재미없다.

휴대폰을 켜면 에베레스트도 4K.

남극도 드론.

사막도 실시간.

신비가 죽었다.

옛날이 좋았다.

 

산 하나 넘으면 봉황이 살고.

강 하나 건너면 얼굴에 부리 달린 인간이 살고.

계곡마다 금덩이가 굴러다니고.

무지개 닭이 아침마다 울어대고.

다리 달린 뱀이 구름 타고 출근했다.

 

누가 봐도 말도 안 된다.

그래서 더 믿고 싶다.

나는 여행을 믿지 않는다.

거짓말을 믿는다.

 

사진도 거짓말이다.

예술은 더 큰 거짓말이다.

누드는 가장 정직한 거짓말이다.

 

옷을 벗었는데도 사람은 끝까지 자기 자신을 숨긴다.

그래서 나는 셔터를 누른다.

몸을 찍는 것이 아니라,

몸속에서 도망 다니는 념을 찍는다.

 

칭스도 웃었다.

"카카중."

"?"

"넌 사진 찍는 놈이 아니라 역사를 발가벗기는 놈이다."

 

나는 대답했다.

"칭스."

"?"

"역사는 옷을 너무 많이 입었잖아."

우리는 한참을 웃었다.

 

아마 그 웃음소리는 초원을 넘어 아직도 몽골의 바람 속을 떠돌고 있을 것이다.

아니...

그 웃음이 바로 념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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