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비틀기

입력 2026년07월26일 17시32분 김가중 조회수 134

역사에 예술을 입히다. 金嘉中 누드 철학


역사는 늘 옷을 입고 등장한다. 왕은 곤룡포를 입고, 장군은 갑옷을 입고, 신하는 충성이라는 외투를 걸친다.

그러나 내가 하는 일은 사진가답게 그 옷을 벗기는 것이다.

옷을 벗기면 남는 것은 권력도 아니고, 명분도 아니다. 인간의 욕망이다.

 

동호는 또다시 사신을 보냈다.

이번에는 말도 아니고, 연지도 아니고, 황무지를 달라고 했다.

풀도 자라지 않고, 물도 없고, 바람만 미친 듯이 달리는 쓸모없는 땅이었다.

동호는 땅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상대를 얼마나 우습게 볼 수 있는지가 필요했다.

 

"한 번 더 벗겨 보자."

처음에는 명마를 벗겼고,

다음에는 연지를 벗겼고,

이제는 나라의 살갗까지 벗겨 보자는 것이었다.

권력은 늘 이렇게 시작된다.

칼보다 먼저 상대의 자존심을 벗긴다.

부하들이 웅성거렸다.

"선우님, 그 땅은 먼지만 날립니다."

"양도 못 치고 말도 못 기릅니다."

"그까짓 황무지 하나 주고 평화를 얻는 것이 이익입니다."

그 순간 나는 묵돌보다 먼저 김가중을 보았다.

세상에는 언제나 이런 사람이 있다.

사진전에서도 있다.

 

"이 작품은 너무 과격합니다."

"이 정도면 적당합니다."

"조금만 타협하시죠."

적당함은 늘 가장 지혜로운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그러나 역사는 적당한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는다.

묵돌이 웃었다.

 

"이 바보 같은 놈아."

"황무지는 쓸모가 없어서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나라의 땅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다."

"영토는 흙이 아니라 자존심이다."

그리고 아주 김가중식으로 말하자면,

"누드는 옷을 벗는 것이지만, 영토는 절대로 벗기면 안 된다."

부하 하나의 목이 하늘로 날아갔다.

잔인하다.

하지만 초원의 법칙은 민주주의 토론회가 아니었다.

목 하나가 떨어지는 순간,

수만 개의 화살이 동시에 하늘을 향했다.

 

묵돌은 번개처럼 동호를 덮쳤다.

초원은 먼지를 일으켰고,

말굽은 대지를 찢었다.

어제까지는 동호가 묵돌을 시험했지만,

오늘은 역사가 동호를 시험했다.

시험 결과는 단 한 줄이었다.

불합격.

 

다음 날 태양이 떠오르자,

지도는 밤새 다른 그림이 되어 있었다.

동호는 역사책의 각주가 되었고,

묵돌은 본문이 되었다.

 

그는 흉노를 하나의 거대한 국가로 묶었다.

십호, 백호, 천호, 만호.

십진 조직은 사람을 숫자로 만든 것이 아니라,

숫자를 질서로 바꾸는 혁명이었다.

좌익과 우익이 초원을 감싸고,

수많은 부족은 하나의 깃발 아래 모였다.

민족은 달랐지만 활은 같은 방향을 향했다.

 

훗날 칭기스 칸은 그 옷을 새로 만든 것이 아니었다.

묵돌이 이미 벗겨 놓은 제도의 몸 위에

조금 더 화려한 갑옷을 입혔을 뿐이었다.

 

역사를 누드로 찍어 보면 재미있는 사실 하나가 드러난다.

제국은 넓은 땅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안 된다."

그 한마디에서 시작된다.

명마를 내주면 재산을 잃는다.

연지를 내주면 사랑을 잃는다.

그러나 영토를 내주면 미래를 잃는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노출은 많이 할수록 좋은 것이 아니다.

벗겨야 할 것과 끝까지 벗기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는 눈.

그것이 예술이고,

그것이 정치이며,

그것이 묵돌이라는 한 사내가 초원의 패자가 된 이유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역사의 옷을 벗긴다.

그러나 마지막 한 벌,

나라의 자존심만은 끝내 벗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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