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국회초대전 작가를 만나다 (40)] 정용의 작가,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 길어 올린 막장(棧道)의 숭고한 서사

입력 2026년06월21일 20시55분 은형일 조회수 156

— 정용의 작가의 ‘빛의 이야기 - 태백’ 연작 1~4번 정밀 회화적 분석
— 가장 깊은 어둠 속에서 피어난 노동의 존엄과 실존적 고독을 조명하다

[한국사진방송=은형일 기자】 카메라는 단순한 기록의 도구를 넘어 인간 영혼의 깊숙한 궤적을 쫓는 미학적 탐침이다.

 

‘2026 제4회 대한민국국회문화예술초대전시회’의 마흔 번째 초대 작가로 이름을 올린 정용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빛의 이야기 - 태백’이라는 묵직하고도 장엄한 화두를 던지며, 우리 현대사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인간 존엄의 풍경을 은유와 상징으로 번안해 냈다.

 

정용의 작가가 출품한 네 점의 연작은 과거 대한민국 산업화의 심장부이자 거칠고 폐쇄적인 공간이었던 ‘태백’을 무대로 삼는다. 작가는 칠흑 같은 지하 막장과 현대적 건축 공간 속에 투과된 ‘빛’을 통해 노동의 숭고함과 정적인 고독이 품은 예술적 아우라를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해 내고 있다. 정용의 작가의 출품작 1번부터 4번까지를 정밀 분석하여 그 시각적 깊이와 예술적 가치를 조명한다.

 

◆ 출품작 1: 삶을 지탱하는 가장 거룩한 만찬


칠흑 같은 막장의 어둠 속에서 오직 광부들의 안전모에 부착된 헤드 랜턴과 가냘픈 등불만이 화면의 중심을 강렬하게 관통한다. 극적인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 명암대비법)가 적용된 이 흑백 사진은 단순한 다큐멘터리를 넘어 숭고한 회화적 깊이를 획득한다.

 

얼굴과 온몸에 짙은 탄가루를 묻힌 채 컵라면과 도시락으로 간신히 허기를 채우는 광부들의 모습은 렘브란트의 명화를 마주하는 듯한 장엄한 아우라를 풍긴다.

 

●[예술적 행간과 스토리] 이 사진 속 빛은 단순한 물리적 광원이 아니다. 지하 수백 미터 막장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들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생명의 빛’이자, 지상의 가족을 지켜내는 ‘희망의 빛’이다.

 

어둠이 깊을수록 밥발을 뜨는 투박한 손과 그릇을 감싼 손길은 더욱 선명하게 도드라진다. 작가는 가장 낮고 어두운 곳에서 이루어지는 인간의 생존 행위가 얼마나 거룩하고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빛의 미학으로 완벽히 증명했다.

 

◆ 출품작 2: 콘크리트 공간에 투과된 인간의 실존적 고독


거대한 콘크리트 건축물 내부, 천장의 비좁은 틈새를 통해 사선으로 예리하게 비쳐 내리는 강렬한 슬릿 라이트(Slit Light)가 공간 전체를 압도한다.

 

중력을 거스르는 듯 매달려 있는 기하학적 조형물과 그 아래를 묵묵히 걸어가는 중년 신사의 뒷모습이 완벽한 시각적 균형과 팽팽한 긴장감을 이룬다.

 

바닥에 길게 드리운 왜곡된 그림자는 인물의 내면적 무게감을 시각화하며, 수직과 사선의 선들이 교차하는 구성은 극도의 모더니즘적 절제미를 보여준다.

 

●[예술적 행간과 스토리] 빛이 닿는 곳은 오직 단 한 줄기 사선의 통로뿐이며, 그 외의 주변 공간은 차가운 침묵과 어둠으로 가득 차 있다.

 

빛의 궤적을 가로질러 어둠의 심연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인물의 실루엣은 현대인이 필연적으로 짊어져야 할 실존적 고독과 고뇌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발밑을 환하게 비추는 사각형의 빛의 광장은 그가 걷는 길이 결코 절망만이 아님을 암시한다. 작가는 태백이 가진 역사적 폐쇄성을 현대적 구조미로 치환하여 인간의 운명적 걸음을 철학적으로 성찰하게 만든다.

 

◆ 출품작 3: 어둠을 뚫고 걸어 나오는 노동의 정직한 역사


아치형으로 겹겹이 휘어진 갱도의 구조적 선들이 화면의 깊이감을 더하는 가운데, 무거운 장비를 어깨에 메고 전진하는 광부의 뒷모습을 포착했다.

 

●[예술적 행간과 스토리] 탄광의 갱도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의 터널이지만, 대지를 딛고 묵묵히 걸어 나오는 광부의 걸음걸이에는 당당함과 정직함이 가득 배어 있다.

 

그가 밟고 지나온 수많은 침목들은 한국 현대 산업의 근간을 지탱해 온 태백의 뼈대이자 살아있는 역사다. 머리 위의 전등은 노동자의 길을 묵묵히 에스코트하는 나침반과 같다. 정용의 작가는 이 고독한 뒷모습을 통해 화려한 도심의 불빛 뒤에 숨겨진 진정한 땀방울의 가치를 엄숙하게 선언하고 있다.

 

◆ 출품작 4: 구원의 빛을 향해 오르는 숭고한 계단


극단적인 하이 콘트라스트(High Contrast)와 세로 프레임의 구도가 결합하여 시각적 충격을 안기는 작품이다.

 

거대한 두 장벽 사이에 끼인 듯한 비좁고 가파른 계단, 그리고 그 계단의 꼭대기에는 눈이 시릴 정도로 하얗고 찬란한 지상의 빛이 기다리고 있다.

 

실루엣으로 완벽하게 미니멀라이즈된 인물은 빛의 출구를 향해 묵묵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으며, 수직으로 뻗은 차가운 벽면의 텍스처는 빛 crimson과 어둠을 이분하는 스크린처럼 작동한다.

 

●[예술적 행간과 스토리] 이 사진은 인간의 영혼이 어둠의 굴레를 뚫고 구원과 해방을 향해 나아가는 위대한 여정을 상징한다.

 

양옆을 가로막은 거대한 벽은 삶의 장벽과 억압을 뜻하지만, 그 틈새로 쏟아지는 지상의 강렬한 백색광은 어둠의 장벽을 단숨에 무력화시킨다. 계단 끝에 선 인물은 마침내 어둠의 터널을 지나 환희의 세계로 진입하기 직전의 도약대에 서 있다.

 

작가는 막장에서 지상으로 출갱하는 광부의 시선을 넘어서서, 절망의 끝에서 희망의 빛을 발견하는 인간 보편의 드라마를 종교적 숭고함으로 승화시켰다.

 

◆ 총평: 빛으로 쓴 태백의 서사시, 위대한 인간 예찬

정용의 작가의 ‘빛의 이야기 - 태백’ 연작은 단순히 사라져가는 탄광촌의 풍경을 기록한 아카이브용 다큐멘터리 사진에 머물지 않는다. 작가는 태백의 짙은 어둠을 캔버스(Canvas)로 삼고, 그 위에 투과되는 찰나의 빛을 붓(Brush)으로 삼아 인간 본질의 숭고함을 묘사했다.

 

그의 프레임 안에서 어둠은 공포나 절망의 대상이 아니라, 빛을 가장 순수하고 영롱하게 드러내기 위한 필연적인 배경이다. 막장에서 나누는 거룩한 식사부터 실존의 공간, 정직한 퇴근길, 그리고 마침내 도달하는 구원의 출구로 이어지는 탄탄한 서사적 구조는 관객으로 하여금 삶에 대한 엄숙함과 경외감을 동시에 느끼게 만든다.

 

이번 국회초대전에서 정용의 작가가 선보인 이 마스터피스들은 일시적인 시각적 자극을 넘어, 시대를 위로하고 사진예술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린 최고의 예술적 성취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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