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국회초대전 작가를 만나다(16)] 비움으로 빚어낸 존재의 본질, 동양의 미니멀리스트 시우(時雨) 김영재 작가

입력 2026년06월10일 12시01분 은형일 조회수 123

[한국사진방송 은형일 기자] 예술은 무엇을 더하는 일이 아니라 무엇을 버리는 일이다. 세상은 끊임없이 채우려 하지만 진정한 예술가는 비워서 우주를 담는다.

 

뉴욕 언론으로부터 ‘동양의 미니멀리스트’라는 찬사를 받은 시우(時雨) 김영재 작가의 작업은 바로 이 역설에서 출발한다.

 

그의 미니멀은 단순한 형식의 절제가 아니라, 욕망을 덜어낸 자리에서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는 존재의 본질이다.

 

오랫동안 장터를 다큐멘터리하며 인간의 날것 그대로의 순수를 만났고, 명상적 공간인 바다에서 시간을 지워내며 선()에 가까운 사유를 펼쳐온 김영재 작가가 이번 ‘제4회 대한민국국회문화예술초대전시회’에서 사진의 프레임을 넘어선 파격적인 설치미술 연작을 선보이며 또 한 번 관객들을 깊은 사유의 세계로 이끈다.

 

국회초대전 출품작 핵심 비평: 욕망의 자화상과 생명의 대서사시

김영재 작가가 이번 초대전에서 집중적으로 선보이는 설치미술 및 사진 작업은 오랜 세월 전국의 중고시장을 누비며 수집한 ‘낡은 숟가락’에서 비롯되었다. 작가에게 숟가락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한 사람의 밥상이자 생존의 흔적, 그리고 치열한 인간 군상의 상징이다.

 

출품작 1~4까지의 연작은 ‘의자’라는 권력·자궁의 상징과 ‘숟가락’이라는 인간·정자의 상징이 결합하여, 인간의 원초적 욕망과 생명 탄생의 거대한 신비를 철학적으로 관통한다.

 

1. 무한경쟁의 투쟁과 자궁으로의 회귀



스토리와 내면적 의도: 오렌지빛 공간 속 묵직한 가죽 의자와 순백의 공간 속 화려한 황금빛 의자를 향해 수천, 수만 개의 숟가락들이 아비규환의 기운으로 밀려든다.

 

이 구조는 일차적으로 사회적 권력, 명예, 계급이라는 하나의 '의자'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밀어내며 달려가는 현대인의 무한경쟁적 초상(초민감 자화상)이다.

 

예술적 품평 (자궁과 정자의 잉태): 그러나 이 시각적 율동을 거꾸로 뒤집어 생명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극적인 반전이 일어난다. 여기서 의자는 생명을 잉태하는 거룩한 ‘자궁’이 되며, 의자를 향해 치열하게 꼬리를 흔들며 돌진하는 숟가락 무리는 수억 개의 ‘정자’로 치환된다.

 

단 하나의 생명만이 선택받아 잉태되는 우주적 순간의 에너지가 금속의 집합을 통해 시각화된 것이다. 권력을 향한 비극적 탐욕의 정점이, 역설적이게도 가장 고귀한 생명 탄생의 희극적이고 엄숙한 드라마와 맞닿아 있음을 증명한다.

 

2. 소통과 연대, 우주적 조화로의 진화



스토리와 내면적 의도: 의자라는 단일한 목표를 향해 아귀다툼을 벌이던 숟가락(인간)들이 마침내 서로를 밀어내는 경쟁을 멈추고, 서로를 구부리고 꼬아내며 단단하게 결속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완성된 형태가 바로 완벽한 구()의 형태를 띤 ‘숟가락 지구’다.

 

예술적 품평 (공생공존의 율동): 어두운 배경 속 하나의 빛을 받으며 깊은 그림자를 드리운 작품 3과 푸른 우주 혹은 명상적 바다를 연상시키는 블루 공간 속의 작품4는 작가 철학의 완성을 보여준다.

 

개별적인 욕망으로 날 서 있던 인간들이 서로 손을 잡고 둥근 공동체를 이룩한 모습은, 마치 고() 이응로 화백의 ‘군상’ 시리즈가 품었던 "모두 손잡은 율동은 공생공존이고 그것이 곧 평화"라는 메시지와 완벽히 공명한다. 아비규환의 투쟁 속에서도 결국 인류는 하나의 거대한 조화와 연결성 속에 살아가는 ‘지구촌 세계내존재’임을 깊은 침묵으로 웅변하고 있다.

 

작가 상세 정보 및 예술 세계의 궤적

시우 김영재 작가의 예술적 깊이는 그의 삶의 굴곡진 궤적과 궤를 같이한다. 젊은 시절 거친 현대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중견기업을 일구며 치열하게 살았던 그는, 삶의 숨이 가쁠 때마다 사진을 숨표이자 리듬으로 삼았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카메라를 메고 전국의 시골 장터와 7번 국도, 그리고 무한한 사유의 공간인 바다를 누벼왔다.

 

그의 대표작인 장노출 흑백 바다 사진은 파도와 시간을 프레임 안에서 지워냄으로써 동양적 수묵화의 번짐(바림효과)과 선()적 무욕의 안식처를 구현해 냈다는 극찬을 받았다.

 

뉴욕 맨해튼의 JanKossen Contemporary 초청 개인전을 비롯해 프랑스 파리 아트페어, 독일 카를스루에 국제 아트쇼핑, 그리고 국내의 KIAF, 아트부산 등 세계적인 무대에서 한국적 미니멀리즘의 정수를 선보여 왔다.

 

최근 작가는 필동 남산자락에 철학적 조형물과도 같은 아담한 흰 집을 지어 창작의 수행처로 삼았으며, 그 곁에 100여 평 규모의 새로운 갤러리를 준비하며 사유의 터전을 넓혀가고 있다. 형태를 지우는 사진에서 인간의 자화상을 새기는 설치미술로의 확장은, 결국 길 끝에서 마주한 인간에 대한 거대한 연민이자 그가 세상에 던지는 평화의 메시지이다.

 

김영재의 작품은 결국 풍경을 찍는 것이 아니다. 그는 보이지 않는 시간을 찍고, 침묵을 조각하며, 욕망을 해부한다. 비움으로써 비로소 거대한 존재를 증명하는 그의 철학적 대작들은 이번 국회초대전에서 관람객들에게 형언할 수 없는 영탄과 깊은 내면적 성찰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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