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작품이었다.
노출이 목적이 아니라 시선의 구조를 해부한 작업이었다.
몸은 소재였고, 인간은 오히려 배경이었다.
그런데도 결국 세상은 가장 원초적인 단어 하나만 본다.
“누드.”
궁여지책
살점을 가린 것이 아니라, 시대의 저능함을 가리기 위해 새빨간 글자를 화면 위에 콱콱 박아 넣었다.
검열당하지 않기 위한 일종의 응급처치였다.
작품 위에 피딱지처럼 붙인 붉은 모자이크.
미학이 아니라 생존이었다.
그런데도 정수리 위로 포털의 철퇴는 또 한 번 떨어졌다.
코피 정도가 아니다. 뇌진탕이다.
다음에서는 아예 사형선고였다. 메일은커녕 로그인조차 막혀버렸다. 디지털 시대의 공개 총살이다.
더 기가 막힌 건, 전시 중인 미술작품들을 촬영해 올린 사진이었다는 점이다. 아무리 눈을 씻고 들여다봐도 누드의 ‘누’ 자조차 없다. 혹시나 또 걸릴까 싶어 작품들은 악착같이 모자이크 처리까지 했다. 그런데도 칼은 내려왔다. 이유를 묻자 돌아온 답변은 단 한 마디.
“사규입니다.”
그걸로 끝이다.
이의제기도 없고, 재검토도 없고, 설명도 없다.
판결은 있는데 재판은 없다.
일제강점기 일본 순사들조차 형식적인 재판 흉내는 냈다. 눈 가리고 아웅이라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마저 사라졌다. 알고리즘 몇 줄과 내부 규정 하나면 인간 한 명의 기록과 표현은 통째로 매장된다. 디지털 검열이 독재보다 무서운 이유다. 얼굴도 없고 책임지는 놈도 없기 때문이다.
더 웃긴 건 이중잣대다.
네이버에서는 “야동” 차단.
네이버-얀덱스에서는 “야동 통과”.
구글에서는 “얕동 통과”.
단어 하나에도 필터가 발작하고, 표현 하나에도 검열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예술은 난도질하면서 정작 자극적이고 상업적인 콘텐츠는 클릭 장사에 이용한다. 검열은 도덕의 이름으로 포장되지만, 실상은 책임 회피와 이미지 관리일 뿐이다.
“도덕이 문란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노출과 표현의 자유가 훨씬 강한 유럽 국가들은 왜 우리보다 더 자유롭고, 더 안정적이며, 더 풍요롭게 살아가고 있는가.
정작 사회를 병들게 하는 건 예술이 아니라, 표현을 겁박하는 폐쇄성과 위선이다.
지금 벌어지는 건 보호가 아니다.
겁먹은 사회의 과잉통제다.
예술을 심의하는 척하면서 결국은 인간의 상상력과 표현 본능 자체를 질식시키고 있다.
“청소년 유해물.”
이쯤 되면 웃음도 안 나온다.
#대한민국! 이 정도 수준인가?
아니다.
나라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가 문제고, 더 정확히는 인간의 감각이 문제다.
예술을 보면 사유를 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반사적으로 신고 버튼부터 누른다.
이미지의 맥락은 보지 못하고 피부 면적만 계산한다.
생각은 삭제되고 매뉴얼만 남았다.
인간은 사라지고 심의 규정만 살아남았다.
예수는 말했다.
“저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나이다.”
정확하다.
정말 모른다.
무엇이 외설이고 무엇이 예술인지조차 구별하지 못한다.
아니, 구별할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
생각은 피곤하니까.
그래서 이 사회는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진화한다.
폭력은 뉴스로 소비하면서도,
인체는 금기 취급한다.
살인은 15세 관람가로 통과시키면서,
피부는 모자이크를 친다.
총으로 머리를 날리는 장면은 “액션”이고,
인간의 몸은 “유해물”이다.
대한민국에 진정한 자유가 있었나? 그 기준이 오직 청소년과 유아다.
권리는 없는데 의무는 무지막지하다.
참으로 위대한 문명이다.
더 우스운 건,
이런 통제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스스로 검열관이 된다는 점이다.
국가가 채찍을 들기도 전에 시민이 먼저 달려와 신고한다.
자율이라는 이름의 감시사회.
민원과 규제가 생활신앙이 된 시대.
온갖 가당치도 않은 규정들이 사람 몸에 문신처럼 새겨져 있다.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보다,
무엇을 금지해야 하는지만 배웠기 때문이다.
결국 작품은 사라지고 규정만 남는다.
예술은 질식하고,
남는 것은 깨끗하게 거세된 추잡한 이미지들뿐이다.
무균실처럼 안전하고,
시체처럼 무감각한 쓰레기들만의 세계.
그리고 사람들은 그걸 “건전함”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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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AI 慈旨 -위 글을 시나리오로 바꿔보세요, 아주 재밌게 되었으면 제게도 보내주시고요.
*** 아참 절찬리에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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