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gajoong,s fantasy travelogue 皇山之藝術Nude ’인간은 먹물 한점의 존재‘

입력 2026년05월01일 11시46분 김가중 조회수 219

호수는 거울이 아니라 기억이었다. 하얀 담장과 검푸른 기와지붕이 물 위에 비친 것이 아니라, 시간 그 자체가 잠시 쉬어가며 자신을 비추고 나르시즘에 빠져 있는 듯했다. 900년의 세월이 화석처럼 정지해 있는 이곳에서, 우리는 나그네가 아니라어쩌면 침입자였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이야기의 재료였다.

흰 담은 종이, 검은 기와는 먹. 이 마을 전체가 거대한 수묵화 한 장이라면, 우리는 그 위에 떨어진 먹물 한점 같은 존재였다.

 

집들은 소의 형상을 따라 배치되어 있었다. ‘우형촌소를 닮은 마을 홍춘의 별명이다. 소의 배 속을 걷는 기분이라니이건 여행이 아니라 거의 소화 과정 체험이다.

담장은 높고 문은 좁다.

그리고 골목은 미로였다. 돌고, 또 돌고, 다시 돌아도 비슷한 풍경 여기 아까 지나온 데 아니야?”“아니야. 여긴더 똑같은 데야.”

하얀 담은 종이, 검은 기와는 먹, 그리고 인간의 몸은붓이다.

우리는 이 마을이라는 거대한 인화지 위에 살아 있는 선을 그으려 했다.

 

누군가 중얼거렸다. “여기사람이 사는 게 맞나?” 그럴 만도 했다. 이 마을은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비현실적이었다. 도착한 곳은 한 민가의 깊숙한 울안. 문은 겹겹이 닫혀 있었고, 담장은 성벽처럼 높았다. 이건 집이 아니라 방어시설이다. 조선시대 사대부도 이 정도 보안은 없었을 것이다.

 

마치 들어오는 건 왁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그 안은 무한대의 자유라고 말하는 듯한 구조.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하늘이 뚫려 있었다. 비가 그대로 떨어지고 있었다. 중정(中庭)을 집들이 빙 둘러싸고 있는 구조다. 커다란 항아리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빗물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이렇게 비가 쏟아붓는데 눅눅하지 않다. 공기가 살아 있다. 이 집은 숨을 쉬고 있었다. “이거설계한 사람 천재다.”

누군가 감탄했다. 아마도 900년 전의 건축가는 이미 현대 건축학을 비웃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때, 구석에서 들려오는 찰칵찰칵소리.

노인들이었다. 마작판을 사이에 두고, 인생을 걸 듯 진지하게 패를 던지고 있었다.

우리가 들어서자, 그들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웃었다.

이상하게도 그 미소는 환영과 경계가 동시에 섞여 있었다. “어서 와라!”뭘 하러 왔냐?”가 한 얼굴에 공존하는 표정.

 

인상이 인자하고 친절해 보이는 노인들을 모델로 이 토속적인 중국의 민가를 촬영하면 썩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았다. 더 나아가 누드의 배경이 되어 준다면? 미친? 제대로 미친 소원이었다. 현대사진은 섭외능력???

우리가 카메라를 꺼내려는 순간, 노인들은 주섬주섬 자리를 치우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 가이드가 조용히 말했다.

황산의 고휘주 노인들에게 카메라를 겨누는 것은 총을 겨누는 것과 같습니다. 이 마을 노인들은 사진을 찍는 것을 빨리 죽으라는 소리로 인식하는 사람들입니다.”

카메라를 내려다보게 만드는 말이었다. 아무리 뜯어보아도 총알이 튀어나올 것 같진 않은데....

 

마침내 우리만 남았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중정의 커다란 항아리들엔 물이 넘실대고, 900년의 시간은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고즈넉한 수묵화 위에금지된 한 획을 긋기로 했다. 누드 촬영.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노출이 아니다. 그것은 상징이었다. 900년의 역사와 마을 사람들의 겹겹이 겹친 삶과 영웅호걸들의 결이 시대의 층으로 나뉘어 켜켜이 쌓인 흔적들과 그리고 현대문명이 낳은 이기 카메라의 셔터 소리가 한 장의 종이 위에 뒤섞여 사진현상 약품 속에서 서서히 debloping 되는 순간의 고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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