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gajoong,s fantasy travelogue 皇山之藝術Nude ’홍춘(宏村굉촌)‘

입력 2026년04월30일 10시49분 김가중 조회수 220

휘파(徽派, Hui-style)는 중국 안후이성의 옛 지역인 휘주에서 형성된 건축·문화 사조로, 단순히 사는 공간이 아니라 예술만의 예술을 위한 예술의 화룡정점이다. 재현이 아니라 동일화. 휘파 건축은 황산의 운해와 기암, 소나무를 닮았지만 흉내 내지 않는다. 대신 그것들이 작동하는 방식비움과 채움, 흐름과 단절, 노출과 은폐을 건축적 언어로 치환한다. 그래서 그것은 풍경의 그림자가 아니라 풍경의 논리다.

 

하얀 벽과 검은 기와의 대비는 단순한 색채 선택이 아니다. 그것은 동양 사유의 근간인 음양의 극단적 축약이다. 흰색은 비어 있음이 아니라 모든 가능성을 품은 장()이고, 검정은 단순한 어둠이 아니라 형상이 드러나는 경계다. 두 색은 서로를 설명하지 않고 서로를 발생시킨다. 그래서 그 건축은 설명되는 대상이 아니라 발생하는 사건이 된다.

 

그가 입만 열면 떠드는 단순명쾌 간단명료의 교범이다. 하얀벽과 까만 기와의 모노크롬한 두 가지 색의 정교한 조합은 차라리 눈물방울이다. 그 무엇도 보태지 않고 그 어떤 생각도 없이 그저 무심하게 셔터를 누르면 곧 사진이 된다.

 

비 오는 날엔 특히 수묵화처럼 보이는 미감에 자연과 하나 되어 이루는 그 기묘한 형식미는 보편적인 인간과는 크나큰 괴리를 가져와 이걸 중국인들의 머리로 중국인들이 만들었다고 믿기엔 너무 약이 오른다. 또한 이 고대건축물은 오랜 세월을 더하면 더할수록 약화되거나 소멸되기는커녕 무한한 아름다움이 예술의 꼭짓점이 된지 오래다.

 

중정(中庭)은 이 철학의 중심이다. 그것은 단순한 마당이 아니라 소통을 전제로 한 내부화된 자연이며, 동시에 외부로부터 차단된 우주. 바깥을 향한 창을 최소화하고 안으로 열리는 구조는 단순한 방어가 아니라 방향의 전환이다. 세계를 바깥에서 찾지 않고, 내부에서 재구성하려는 태도다. 이 구조는 역설적으로 폐쇄가 아니라 오히려 고도화된 개방이다. 외부와의 직접적 접촉을 끊는 대신, 자연을 핵심으로 끌어들여 농축한다. 그 결과 인간은 자연 속에 사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원리를 중심으로 조직된 공간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이는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것도, 자연에 종속되는 것도 아닌 소통과 공존을 넘어선 구조적 일치에 가깝다.

 

또 하나 자세히 톺아보면 기능과 미가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화재확산을 막는 벽 구조, 빗물을 흘려보내는 경사, 폐쇄적 외벽 등은 모두 생존을 위한 기술이지만 동시에 미적 질서를 강화한다. 여기서 기술은 미를 보조하지 않고, 미 자체가 된다. 즉 휘파 건축은 쓸모아름다움이 갈라지기 이전의 상태를 보존한 미와 실용이 일치된 단계의 방점이다.

 

특히 중정(中庭)의 중심엔 대단히 큰 청화백자가 소담스럽게 앉아 있는데 그 위에 운치를 더하는 나무 한 그루는 예술의 범주를 넘어서 몽롱하고 감미로운 꿈결이다. 비 오는 날은 낙숫물이 항아리에 고이고 그 물은 청소를 하거나 화단의 나무와 꽃들에게 생기를 북돋워 주는데 사용된다. 동시에 집안의 습도를 조절하여 가족들의 건강도 챙겨준다.

 

결국 휘파 양식은 이렇게 정의할 수 있다.

형태로 존재하는 철학이 아니라, 철학이 형태를 빌려 잠시 머무는 상태.

 

그래서 우리들은 그것을 보고 감탄하면서도 동시에 낯설어한다. 그것은 인간이 만든 것인데 인간의 의도를 넘어선 질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인간이 만든 것이지만 인간이 설명할 수 없는 지점그 경계 위에 서 있는 건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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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계문화유산인 이 마을을 통째로 빌린 것은 황산예술누드여행의 방점이었다. 비는 여전히 세차게 퍼부었지만 이는 빼기가 아니라 오히려 더하기였다. 중국 고대 생활문화 역사의 정점인 이 집의 중정에 주룩주룩 쏟아지는 낙숫물은 하늘이 풀어놓은 먹물처럼 천천히, 그러나 집요하게 세상을 적시고 있었다. 그 먹빛 속에서 우리는 마치 한 장의 필름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영화 와호장룡의 한 장면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그 무대의 이름은전설처럼 속삭이듯 불리는 마을, 홍춘(宏村굉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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