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중 도슨트 皇山之藝術Nude ‘누드로 그린 비취계곡’

입력 2026년04월19일 11시59분 김가중 조회수 157

번쩍! 우르르 콰과강!

새파란 날카로운 칼이 비단 천을 가르듯 하늘을 두 쪽으로 갈라 버렸다.

시신봉의 바위틈에서 솟아오른 석수는 손오공의 도술인가? 굉음을 내며 산을 두 쪽으로 쪼개 버렸다.

 

콸콸콸로 표현될 수 없는 경지, 공기까지 찢어버리는 액체의 폭발!

그건 물이 아니라, 산 하나가 무너져 내리는 소리였다.

하늘이 통째로 내려앉는 소리였다.

 

오래전, 남미의 이과수 폭포 아래로 배를 밀어 넣었을 때 폭포는 떨어지는 게 아니라, 사방에서 들이치는 물의 벽이었다. 물보라는 비가 아니라 수천 개의 주먹이 동시에 얼굴을 때리는 느낌이었고, 바람은 불어오는 게 아니라 물에 떠밀려 생긴 폭풍이었다. 카메라는 이미 의미를 잃었다.렌즈는 보는 도구가 아니라, 그냥 맞는 표적이 되었을 뿐이다.눈을 뜨는 순간, 시야는 사라지고 세상은 오직 흰 소음과 물의 압력으로만 존재했다. 그때 할 수 있었던 건 단 하나 고개를 무르팍 아래로 처박고, 이 물의 세계에서 살아서 빠져나가기만을 바라는 것

 

황산비취계곡(黄山翡翠谷, Emerald Valley)

중국 안후이성의 황산(Huangshan) 풍경구 안에 있는 계곡으로 물빛이 에메랄드빛으로 맑게 보여 비취(翡翠)’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홍콩 영화 와호장룡(Crouching Tiger, Hidden Dragon)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우리가 이곳에 도착했을 때 물은 비취색이 아니었다. 은은한 비취와 여인의 몸을 대비시키고 싶다는 무모한 발상, 달리는 차 안에서 꾼 개꿈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이번 황산누드여행은 태풍과 장마의 물 폭탄의 한가운데를 관통하고 있었지만 우리의 뮤즈가 옷을 벗으면 햇님이 방긋 웃으며 나타나 손을 살랑살랑 흔들어 주었는데 이번엔 아니었다.

 

황산의 선계!

이름은 비취였지만, 우리가 도착했을 때 그곳의 물은 이미 색을 잃고 장마와 태풍이 뒤섞은 탁한 힘의 덩어리로 변해 있었다. 하늘은 끝내 웃지 않았고, 계곡은 끝까지 성난 표정으로 우리를 째려봤다. 중국의 7대 폭포 중 하나라는 구룡폭포는 차량으로 10분 거리다.하지만 구룡은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이 계곡 전체가 이미 구룡폭포보다 더 미친 폭포로 변해 있었으니까.

 

제갈량의 비파 소리처럼 은은하게 메아리치는 물소리, 푸른 비취빛 물과 어우러진 여인의 몸말 그대로 미친 천상의 아름다움이었다. 무슨 개소리야. 그런 아름다움이 어디 있어?

비취계곡은 이미 악마의 목구멍’(남미 이과수 폭포 그 뒤집어지는 물줄기)이었고 계곡가 바위에 새겨진 새빨간 한문들은 성난 물보라의 공갈 협박에 굴복하여 억지 춘향으로 미쳐 날뛰는 것처럼 요동쳤다. 글자도, 물도, 전부 다 제정신이 아닌 미친 풍경이었다.

태양도 오그라들었고 여인도 오그라들었다. 카메라는 품 안으로 숨어 나올 생각을 안 했다.

은은한 비취색의 아름다움? 와호장룡? 주윤발? 장쯔이? 꿈도 야무지네...

 

아니다

우리에겐 아직 제갈공명의 비결 주머니가 남아 있었다. 위기의 순간에 풀어 보라며 건네준 주머니...

 

-그 작가의 페인팅 퍼포먼스가 그려낸 예술세계가 바로 仙界였다.-

하늘 아래 첫 동네 심산유곡 산등성에 있는 마을 그리고 페인팅 퍼포먼스

인체. 가슴 배 그리고 악마의 숨구멍

페인트가 천천히 흘러내리며 폭포를 그리고 비취 계곡의 수려한 풍취를 그려냈다. 황산이 품은 비취의 자연적인 아름다움이 미쳤다고 한다면 인체의 한가운데를 흐르며 그려낸 우리의 아름다움은 죽었다 아니 쥐긴다였다.

 

비취빛 물결 속에

산이 잠기고

하늘이 내려와

계곡에 머문다.

 

작은 폭포의 숨결마다

사랑이 흐르고

한 걸음마다

마음이 맑아진다.”

 

- 이름 없는 어느 여행가

 

- 태풍이 비취에서 그토록 무시무시한 폭우와 사나운 날씨로 공포를 조장한 것은 필자에게 누드 촬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는 것을 먼 훗날 깨달았다. 물론 올누드는 자제하고 세미하게 갔지만, 위의 처럼 저토록 아름다운 날이었다면 인산인해의 파도로 인해 단 한 컷의 누드 작품도 그곳에선 불가능했음이 분명했다. 아무리 그분이 뒤에서 밀어준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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