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嘉中 fictiot 浪漫遊戲 ‘약에 찌든 불한당들’

입력 2026년03월25일 17시30분 김가중 조회수 307

산자락을 끼고 폐가들이 다닥다닥 따개비처럼 붙어 있었다. 세월은 휴식을 모른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4월이 되면 폐가들 사이로 살구꽃이 만발하여 을씨년스러운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북한산엔 산벚꽃도 늘 같은 날 피고 진다.

생명의 서시다.

어떤 위대한 예술가도 흉내조차 내지 못할 진정한 아름다움이다. 단 한 명의 관람객조차 찾지 않아도 대자연의 위대한 예술은 산골짜기 깊은 곳에도 멈춘 적이 없다.

 

낡은 대문간에 기대어 축 늘어진 사내들을 보고 셔터를 눌렀다. 둘이었다. 녀석들이 게슴츠레 눈을 뜨며 쳐다본다. 술에 취한건지 고개조차 제대로 들지 못한다. “머 하는 거야 씨발” “지금 우리를 찍는 거야? 찍지 말라고 씨발혀 꼬부라진 소리에 말본새가 거칠기 짝이 없다.

遺棄는 무시하고 셔터를 몇 번 더 눌렀다. “당신들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죠?” 직감적으로 그들이 약에 취했음을 느꼈다. 그냥 재빨리 그곳을 벗어났으면 그런 사단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은 껄껄껄이다. 그때 이렇게 할걸, 하지 말 걸, 가정은 항상 뒷얘기다. 역사는 항상 만약으로 이어지지만 만약은 지나고 나서의 이야기다. 미리 알지 못하기에 만약이 탄생하였고 만약은 세상사의 가장 위대한 본새다.

 

비틀거리며 일어선 녀석들이 카메라 멜빵을 움켜쥐었다. “놓으세요!” “씨발년 찍지 말랬지 카메라 내놓으라고 우릴 찍은 것 없애야 돼.” 시비는 대충 그렇게 시작되었다. 약에 취한 녀석의 입김에서 비릿한 역한 냄새가 풍긴다. 녀석의 얼굴이 너무 가깝다. 역겹다. 카메라 줄을 우악스럽게 부여잡은 녀석의 손아귀에서 카메라를 빼기는 그른 것 같다. 이 점은 명백히 遺棄의 잘못이다. 하지만 요즈음 그녀의 행동 방식은 매우 비정상이었다. 그녀의 정신에 들어오지 말았어야 될 악마들이 들어왔다. 돈이면 다 된다는 더러운 관습과 慈旨란 휴머노이드에 대한 광신이었다.

 

遺棄의 입에서 역겨운 단어가 튀어나오고 동시에 그녀의 손은 점점 다가오는 역겨운 얼굴을 후려치고 말았다.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얼굴이 달아나자 동시에 카메라가 자유를 얻었다. 목적을 달성했지만 이대로 끝난 것은 아니었다.

여보! 자기, 이 사람들 어떻게 좀 해봐?” 그녀에게 慈旨는 전지전능한 능력자였다. 하지만 그녀에게 모르는 게 있었다. 慈旨는 기계다. 인간과 같은 생각과 판단과 감정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그는 이런 시츄에이션에 대한 경험(학습)이 없었다. 결과는 遺棄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엄청난 통증과 함께 그녀는 지저분한 시멘트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 짧은 찰나의 순간에 멀뚱히 서서 구경만 하는 자지의 모습이 또렷이 보였다. 찰나의 순간을 인지하는 능력은 인간의 독특한 능력이다. “자기야 가만히 있지 말고 막아보란 말이야!” 절규였다. 절망이 었다. 그리고 실망이었다. 그가 팔을 활짝 펼치고 遺棄의 앞을 가로막으며 외쳤다. “이러지 마세요. 폭력은 안 되요. 말로 하셔도 되는 상황입니다. 제 아내가 너무 아프잖아요.” “뭐야 저년의 남편이야? 저놈 좀 이상한데?....” 험악한 표정과 악랄한 손매가 힘껏 떠밀자 慈旨는 힘없이 나뒹굴고 만다. 그 틈에 遺棄는 외다리에 카메라를 부착했다. 그것은 토르의 망치 같은 무기가 되었다. 녀석들이 쉽게 다가오지 못했다. 대치하던 녀석들이 슬그머니 꽁무니를 뺐다.

 

또 만약! 그녀와 자지가 재빠르게 그 자리를 벗어나야만 되었는데 촬영 삼매경에 빠진 것이 큰 실수였다. 녀석들이 흉기를 들고 다시 나타났다. 시뻘건 녹이 덕지덕지 슨 곡괭이와 반쯤 삭은 삽자루를 부여잡고 달려오고 있었다. 나쁜 예감은 항상 적중하는 법. 카메라 망치와 삽과 곡괭이가 각본 없는 춤을 추기 시작했다.

방어도 대항도 할 줄 모르고 멀뚱이 서서 지켜보던 가장 먼저 慈旨의 모가지가 떨어져 나갔다. 마치 축구공같이 통통 튀며 떼구르르 굴러갔다. 그리고 부속품들이 쏟아져 내렸다.

어라 로봇이야?”

녀석들의 흉기가 더욱 사나워졌다. 慈旨의 다리가 부러지고 허리가 동강 났다.

와 이거 재밌는데? 저년도 로봇이지? 저 암캐 같은 로봇도 아작을 내 버리자

녀석들에겐 遺棄마저 기계로 보였다. 녀석들이 기계로 본 이상 어떤 죄의식도 느끼지 않고 마구잡이로 흉기를 휘두른다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상황이 되고 말았다.

나는 진짜 사람이에요? 당신들 나 죽이면 살인자가 돼요? 그만 해요. 제가 사과하고 보상할게요.”

좆 까고 자빠졌네. 터미네이터? 저년은 미래에서 온 기계가 분명해 오늘 저년을 분해해서 지구를 지켜야 된다니까

시뻘건 삽이 윙윙 바람 소리를 내며 공중을 날고 있었다. 빠각! 카메라와 부딪혀 날카로운 쇳소리를 내며 삽날이 부서져 날아갔다. 죽음의 공포에 제정신이 아니었다. 살려면 카메라를 휘두르는 수밖에 없었다.

으악!” 곡괭이에 카메라가 부딪치며 지치고 들어오는 한 녀석의 얼굴에 깊숙이 박혔다. 카메라 후드가 녀석의 얼굴을 후벼 판 것이다. 비명을 지르며 넘어간 녀석이 축대 아래로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종이처럼 구겨진 녀석의 몸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그만 해요. 저 사람 병원으로 옮겨야 돼요!”

그 순간 육중한 곡괭이가 둔탁한 소리를 지르며 그녀 얼굴로 날아들었다. 얼굴의 절반이 뭉개지며 그녀는 의식을 놓고 말았다. 그녀의 배 아래 두툼한 두덩에 녹슨 곡괭이가 깊숙이 파고들었다. 플라스틱과 쇳덩이가 부서지던 느낌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로봇이 아님을 눈치챈 것이다. 녀석은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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