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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미니멀리스트 시우(時雨) 김영재 작가

 









예술은 무엇을 더하는 일이 아니라 무엇을 버리는 일이다.

세상은 끊임없이 채우려 하지만 진정한 예술가는 비워서 우주를 담는다. 작가의 작업은 바로 그 역설에서 출발한다.

 

사람들은 그의 사진을 미니멀리즘이라 부른다. 그러나 그의 미니멀은 단순한 형식의 절제가 아니다. 그것은 욕망을 덜어낸 자리에서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는 존재의 본질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 앞에 서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침묵을 듣게 되고, 사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바라보게 된다.

 

최근 그는 필동 남산자락에 아담한 흰 집을 지었다. 겉으로는 집이지만, 실은 자신의 철학을 쌓아 올린 하나의 거대한 조형물이다. 층층이 이어지는 공간은 생활공간이자 갤러리이며, 창작의 수행처다. 지금도 그 곁에 100여 평 규모의 새로운 갤러리를 준비하며 또 다른 사유의 터전을 일구고 있다.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세계관을 한 층씩 세우는 작업이다.

 

뉴욕 언론이 그에게 붙여준 #‘동양의 미니멀리스트라는 이름은 우연이 아니다. 그의 대표작인 장노출 흑백 바다는 파도를 지우고 시간을 지워 결국 욕망까지 지워버린다. 그 끝에 남는 것은 동양적 사유가 품은 무욕의 안식처. 사진이면서도 선()에 가까운 철학이라는 찬사가 따라붙는 이유다.

 

그는 뉴욕 맨해튼의 JanKossen Contemporary 초청 개인전을 비롯해 프랑스 파리의 아트페어와 독일 카를스루에의 국제 아트쇼핑, 그리고 아트부산과 키아프 등 국내외 주요 무대에서 자신의 예술세계를 꾸준히 펼쳐 왔다. 그의 작품은 국경을 넘어 언어보다 먼저 침묵으로 관객과 대화한다.

 

최근 그의 관심은 사진의 프레임을 넘어 설치미술로 확장되고 있다. 오랫동안 장터를 다큐하며 만난 낡은 숟가락들은 어느 날 그의 머릿속에서 하나의 철학으로 변했다. 사람들이 버린 숟가락은 사실 한 사람의 밥상이고, 한 시대의 기억이며, 한 생의 흔적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숟가락 시리즈는 수만 개의 숟가락들이 하나의 의자를 향해 치열하게 몰려드는 장면을 연출한다. 그것은 금속의 집합이 아니라 인간 사회의 자화상이다. 권력과 명예, 생존과 욕망을 향해 서로를 밀어내며 달려가는 현대인의 초상이다. 의자는 하나지만 경쟁은 끝이 없고, 숟가락은 무생물이지만 그 속에서 인간의 비극과 희극이 동시에 꿈틀거린다.

 

김영재의 작품은 결국 풍경을 찍는 것이 아니다. 그는 보이지 않는 시간을 찍고, 침묵을 조각하며, 욕망을 해부한다. 그래서 그의 예술은 미니멀리즘이라기보다 비움으로 존재를 증명하는 철학이다.

 

: 김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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