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까치발 끝에서 나뭇가지에 걸어 올린 태양
집으로 돌아오던 길, 나뭇가지 끝에 태양을 걸어보겠다는 마음 하나로 까치발까지 들었다.
그날 나는 카메라로 뜻밖의 '대어'를 낚았다.
출사를 마치고 돌아오던 어느 날이었다.
전철에서 내려 집으로 향하던 길, 서쪽 하늘에 커다란 태양이 걸려 있었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빛이 너무 좋았다.
문득 길가의 나뭇가지와 커다란 태양이 눈에 들어왔다.
저 태양을 나뭇가지 끝에 한 번 걸어볼까.
그 생각이 드는 순간 발걸음이 멈췄다.
가방에서 200mm 백통 렌즈를 꺼내 카메라에 장착하고
나뭇가지 끝과 태양이 맞닿는 지점을 찾아 이리저리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조금만 움직여도 태양은 가지 끝에서 벗어나 버렸다.
결국 발뒤꿈치를 한껏 들고 까치발까지 섰다.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한참을 씨름한 끝에 마침내 가느다란 가지 끝에 둥근 태양이 걸렸다.
찰칵.
셔터를 누르는 순간, 마치 커다란 물고기 한 마리를 힘겹게 낚아 올린 듯한 짜릿함이 밀려왔다.
프레임 속 나뭇가지는 나의 낚싯대가 되었고
그 끝에 걸린 태양은 그날 내가 건져 올린 가장 눈부신 대어가 되었다.
그래서 그날 이 사진에 〈대어를 낚다〉라는 제목을 붙여 카페에 올렸다.
지금 생각하면 태양 하나를 놓치기 싫어 가방에서 렌즈를 꺼내고
까치발까지 들어가며 한 장의 사진에 참 온 힘을 다했다 싶어 웃음이 난다.
하지만 사진에 깊이 빠져 있던 그 시절에는 그 모든 과정이 그저 가슴 뛰게 즐거웠다.
세월이 흘러 포트폴리오에 넣을 사진을 고르다 문득 다시 마주한 그날의 한 장면.
그날 내가 힘겹게 낚아 올린 대어는 어쩌면 저 눈부신 태양이 아니라
사진 한 장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보려 했던 그 시절 나의 열정 이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