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의 정원, 기억의 파노라마
짙은 안개가 삼킨 먼 산의 자락,
그 서늘한 경계 위로
불쑥, 주황빛 욕망의 참나리꽃이 솟았다.
점박이 꽃잎은 너무도 선명하여,
내 안의 갈망이 현실의 틈을 찢고 나온 듯하다.
오른편, 이끼를 두른 고집스러운 돌들이여,
변하지 않는 듯 껴안고 선 남녀의 형상.
그 발치 아래, 장난감 같은 피규어의 색채는
찰나의 유희, 부서지기 쉬운 표면의 사랑인가.
무거운 영원과 가벼운 현재가 맞닿은 자리.
왼편, 안개 속에 지워져가는 것은 나인가,
아니면 타인의 뒷모습인가.
무거운 배낭을 멘, 흐릿한 정체성이
기억의 저편으로, 혹은 망각의 저편으로 걸어간다.
선명한 꽃과 대비되는, 흐려지는 존재의 무게.
이 기묘한 파노라마는
내 내면의 지도, 무의식의 정원이다.
거대한 욕망과 희미한 본질,
찰나의 유희와 끈질긴 기억이
한 화에 뒤엉켜 춤을 춘다.
나는 이 꿈의 지도를 그리며,
나의 진실을 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