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의 키스
부서진 금속의 테두리,
무너져 내린 이성의 잔해 위로
기괴하고도 눈부신 꽃들이 뿌리를 내린다.
소녀는 찰나의 시간 속에 서서
피처럼 붉은 욕망을 움켜쥐고,
타는 듯한 유한의 갈증을 삼키려 한다.
그녀의 시선이 닿은 곳,
마주한 것은 침묵하는 태고의 얼굴.
시간이 파고든 거친 나무와 돌의 피부,
그 영겁의 부식을 비웃기라도 하듯
굳어버린 얼굴 한가운데서
거대한 꽃잎이 생명의 숨결을 토해낸다.
유한한 핏빛 갈증이
무한한 돌의 침묵 곁에 다가서는 찰나.
부서지고, 삼켜지고, 다시 피어나는
생과 사의 묵묵한 순환 속에서
과거와 현재는 기묘하게 대면한다.
이것은 덧없는 인간의 욕망과
모든 것을 품어내는 거대한 자연이 나누는,
가장 차갑고도 뜨거운 태고의 입맞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