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상가에서 마주한 도시의 두 얼굴

입력 2026년07월09일 17시34분 노일식 조회수 133

도시는 늘 위를 향해 성장한다. 더 큰 빌딩을 세우고 더 빠른 기술을 만들며 더 높은 스카이라인을 구축한다. 하지만 찬란한 성장은 언제나 그래왔듯 어두운 그림자를 동반한다. 도시는 어느 한쪽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빛과 그림자, 발전과 기억이 서로를 인정할 때 비로소 하나의 풍경이 된다.


세운상가, 한때 대한민국 전자산업의 심장이었던 건물은 세월의 흔적을 품은 채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낡은 콘크리트와 새롭게 단장된 간판이 공존하는 모습은 과거를 이어가려는 시간의 몸부림으로 보여 애처롭다.


쇠퇴와 재생, 기억과 미래가 맞닿아 있는 풍경속에서 사진은 그 경계를 기록한다. 기억의 시간속에 잊혀져 갈 오래된 골목과 지붕, 이름 없는 상인들이 만들어 놓은 흔적을 붙잡아 두기라도 하려는 듯이…


종묘 앞을 지나는 파란 시내버스와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그리고 멀리 북한산 능선은 도시와 자연이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개발과 보존, 속도와 여유라는 상반된 가치도 결국 같은 공간 안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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