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 한 송이로 시작되는 날
민화는
벽을 장식하는 그림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비추는 고요한 거울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아침,
나는 잠시 붓을 내려놓고
마음을 먼저 세워 둔다.
조용히 손을 풀어보듯
노방 위에 동백 한 송이를 올려본다.
붉은 꽃 한 점이 강의실 안의 공기를 천천히 밝힌다.
강의실 그날,
저마다 다른 길을 걸어온
학습자의 새로운 마음이 살며시 모여 있었다.
생각은
사람마다 다를지라도
오늘 놓여진 동백 한 송이는 말없이 하나의 답이 된다.
“자신의 꽃을 피우라”고
그렇게
조용히 말해준다.
그래서 그날
그림보다 먼저
사람의 마음이 피어났고
붓끝보다
먼저
희망이 번졌다.
이렇게 시작된 한 학기,
각자의 마음 속에서
꽃 한 송이씩 피어나
우리의 시간 위로
환하게
꽃길이 펼쳐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