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골목 끝
낡은 간판 아래
우리는 밥상머리에 마주 앉는다
김이 오르는 밥처럼
말없이도 따뜻해지는 얼굴들
잔이 부딪히는 소리보다
먼저 넘실대는 건 세월이었다
어릴 적 나누던
비밀 같던 웃음과
괜히 울컥하던 저녁 하늘
그 마음들이 숟가락 끝에 묻어 돌아온다
마흔 해를 건너온 친구는
어제 헤어진 사람처럼
이름을 부르면 바로 대답하고
주름 사이로 그 시절의 눈빛을 숨겨둔다
시간은 우리를 멀리 데려갔지만
기억은 늘 같은 밥상에 남아 있었던 것처럼
술 한 잔 기울일 때마다
그리움이 먼저 고개를 숙인다
오늘은 말이 많지 않아도 좋다
이 따뜻함이면 충분하다
다시 만난 것이 아니라
계속 함께였음을 이 날이 조용히 증명해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