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중호의 사진은 놀라울 만큼 단순하다. 누구나 한눈에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쉬워 보인다는 것이 결코 가볍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그의 사진은 가장 적은 언어로 가장 깊은 침묵을 말한다. 비워낸 만큼 울림은 커지고, 절제한 만큼 사유는 깊어진다.
체코 남모라비아의 비옥한 대지. 유채와 밀, 계절마다 다른 작물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들판은 인간과 자연이 함께 그린 거대한 캔버스다. 농부의 쟁기가 남긴 선, 바람이 빚어낸 면, 햇빛이 새긴 명암은 이미 그 자체로 완성된 대지미술(Land Art)이다.
그러나 예술은 풍경을 발견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이 같은 들판을 바라보지만, 작품을 탄생시키는 것은 오직 한 사람의 시선이다. 전중호는 끝없는 지평선을 헤매며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본질만을 남겼다. 복잡한 풍경은 하나의 선이 되었고, 무수한 색은 침묵하는 색면으로 응축되었다. 그의 사진은 더하는 예술이 아니라, 끝없이 비워내는 예술이다.
그가 선택한 것은 화려함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단순한 색, 가장 절제된 구성, 몇 개의 선과 하나의 면이다. 그러나 그 단순함은 결핍이 아니라 완성이다. 최소한의 요소만으로 최대의 감동을 끌어내는 순간, 사진은 기록을 넘어 철학이 된다.
그의 작품 앞에 서면 문득 마크 로스코의 색면회화가 떠오른다. 하지만 전중호는 로스코를 의식하며 작업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사실은 하나의 진실을 증명한다. 위대한 예술은 서로를 모방하지 않아도 결국 같은 봉우리에서 만난다는 것이다. 시대와 국경, 장르를 초월해 미의 본질은 하나의 정점으로 수렴한다.
전중호가 찾아 헤맨 것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었다. 선과 면이 만나는 지점, 자연과 인간이 화해하는 순간, 그리고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마음으로는 분명히 존재하는 평화(PEACE)였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데 머물지 않는다. 보는 이의 내면에 조용히 스며들어 평화를 심는다. 사진 한 장이 하나의 명상이 되고, 한 줄기 지평선이 삶의 방향이 되며, 한 점의 색이 마음속 파문으로 오래 남는다.
전중호의 **『PEACE를 찾아서』**는 결국 풍경을 촬영한 사진집이 아니다. 인간이 끝내 도달하고자 하는 가장 순수한 상태, 가장 고요한 아름다움을 향한 철학적 순례이며, 절제의 미학으로 완성한 한 편의 시(詩)다.
-글 김가중
전중호 작가는
2013년 ““PEACE”” 발간
2013년 KIAF(한국국제아트페어) (서울, 코엑스)
작품소장
2013년 주한체코대사관
2013년 전곡 박물관
2015년 한국일보
- 현재 2026 제4회 국회초대전 수상작가로 노미네이트 되었다. (심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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