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김두한, 토지 박경리, 국민스타 김지미, 예술 김가중
눈보라치는 정릉달동네폐가촌 플래시몹 촬영기
‘글 기둥 하나 부여잡고 연자메 돌리는 눈먼 말’ 토지소설가 박경리, 전설의 주먹 김두한, 국민멜로영화배우 김지미, 사진가 김가중네 집을 잇는 정릉달동네폐가촌을 5일(월) 오후 번개출사로 촬영해 내었다.
북한산보국문역에서 나오니 옅은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었지만 눈이 올 기미는 안 보인다. 하지만 보현봉이 구름모자를 쓰고 있는 것이 자욱한 운무속에 희미하게 보인다. 필자는 보현봉을 때리고 있는 눈보라가 이 마을로 몰려올 것을 알고 있었다.(제갈공명인가?)
“천천히 이동하겠습니다. 조금 기다리면 매서운 눈보라가 시작 될 것입니다.”
촬영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도시’를 카메라에 담으며 시작되었다. 언제나 그렇듯 시작부터 괜찮은 작품을 담아내는 것이 나의 촬영 패턴이다. 언덕빼기를 100m 가량 오르자 정릉달동네폐가촌이 시작되었다. 태반이 무너지고 샌드위치 판넬 등으로 얼기설기 얹어둔 골목은 자칫 대형사고가 날 만큼 위험하였다.
착 갈아 앉은 재빛 마을위로 눈발이 희끗희끗 비친다. 역시 북한산은 기대를 져 버리지 않았다. 보현봉에서 부터 내리꽂은 북풍한설은 동장군을 앞세워 칼바람과 눈보라를 치기 시작했다. 볼때기가 얼얼하다. 으스스한 폐가촌에 눈보라가 마구 치자 우리들의 텐션은 마구 업 되었다. 셔터가 일제히 불을 뿜는다. ‘촤르르륵’
김가중네 집 앞을 지나 박경리 가옥으로 내려오니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았고 진눈은 온몸에 습기를 배포하여 끈적한 기분이 따뜻한 실내를 그립게 만든다. 휘황찬란한 컬러플 개천에 백로가 숨 죽인 채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도착한 몇 작가는 카메라에 담았지만 흥분하여 큰소리를 지른 내 목소리에 놀란 백로는 숲속으로 훨훨 도망치고 말았다.
정릉시장 50년 된 감자탕집의 뜨끈한 국밥 한 그릇과 쇠주 한잔은 진눈을 맞으며 산동네를 헤매며 쌓인 피로를 말끔히 털어낸다. 이 맛깔난 성찬은 이동갑(한국사진방송 영상출판위원장, 바이오그라피CEO, ROTC영상책임)작가가 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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