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합문화공간 ‘피어 컨템포러리’ 첫 개관전 <In the waiting line>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요? ‘기다림’에 관한 소고(小考)
▪ 전 시 명 : In the waiting line
▪ 전시일시 : 2022년 2월 12일 (토) - 2월 20일 (일) (총 9일, 휴무일 없음)
▪ 관람시간 : 오후 2시 - 오후 7시
▪ 전시장소 : 피어 컨템포러리 (pier contemporary)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일로 10가길 18 지하 1층)
▪ 입 장 료 : 무료
▪ 전시작가 : 티파니 리(Tiffany Lee), 정윤영 (010-3784-4294)
▪ 전시장르 : 설치, 영상, 회화 (약 20여 점)
▪ 티파니 리(Tiffany Lee)와 정윤영은 복합문화공간 피어 컨템포러리(Pier Contemporary)의 개관전 <In the waiting line>에서 예술가로서 또는 팬데믹 속의 개인으로서 ‘기다림’ 등에 관한 문제의식을 주된 전시 주제로 다뤘다.
▪ 두 작가는 약 20여 점의 영상, 설치, 회화 등 다매체 작품들을 통해 예술가로서 또한 팬데믹 속의 개인으로서 경험한 감정과 관점을 공유한다.
▪ 복합문화공간 ‘피어 컨템포러리’는 pier라는 단어의 뜻처럼 현대예술의 바다에서 항해 중인 예술가를 위한 일종의 ‘정박소’ 역할을 하고자 설립되었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이 오가는 부두가 되길 기대하며, 특히 실험적인 미디어아트에 대한 지원을 매년 이어갈 계획이다.
∎ 피어 컨템포러리, 첫 개관전 <In the waiting line>에서 티파니 리(Tiffany Lee), 정윤영 작가의 2인전, 실험적 다매체 작품 선보여
성수동은 MZ세대들이 자주 찾는 이른바 ‘힙플레이스’로 불린다. 그러나 메인 스트리트와는 다소 떨어진 성수공단 내 제조공장 틈새에 복합문화공간 ‘피어 컨템포러리(pier contemporary)’가 올해 개관했다. 오래된 기계공장의 흔적을 고스란히 반영한 피어 컨템포러리는 첫 전시로 티파니 리(Tiffany Lee) (38세)와 정윤영(34세)의 2인전 <In the waiting line>을 개최한다. 오는 2월 12일(토)부터 2월 20일(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예술가로서 또한 팬데믹 시대의 한 개인으로서 막연한 기다림에 관한 문제의식을 전면적으로 다뤘다. 실제로 두 작가는 오랜 기간 미술을 전공으로 공부해왔으며 수년간 교류하며 서로의 문제의식을 교환하곤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팬데믹 시대의 아티스트’에 관한 주제로 대화를 나눈 것이 이 전시의 출발점이 되었다. 회화를 기반으로 작업을 이어온 정윤영 작가와 다매체를 응용한 작업을 이어온 티파니 리 작가는 많은 것이 불투명해진 고립의 시대에 어떠한 기다림으로부터 각자의 이야기를 이끌어냈는 지 귀 기울여 보자.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20여 점의 영상, 설치, 회화 작품들은 예술적 신념과 사회적 상황의 간극에 주목하여 풀어냈으며, 아일랜드 출신의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 1906-1989)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 Waiting for Godot』를 모티브로 삼아 막연함과 망설임, 기다림 등에 대한 작가적 해석이 돋보인다.
두 작가의 담화에서 출발한 2인전 <In the waiting line>은 새로운 실험을 진취적으로 이어가는 작가들을 위한 공간 ‘피어 컨템포러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정윤영 작가, in the waiting line
뭉툭하지만 생생한 어떤 것 (2022)
최근 들어 주요 아트페어에서 연일 고가를 갱신하며 작품이 거래되는 극소수의 인기 작가를 제외하면, 국내 미술 시장의 부분적인 호황과는 달리 대부분의 작가들이 처한 현실은 여전히 팍팍하다. 작가들이 작품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작품 거래의 가장 보편적인 방식인 평면 회화 작품을 컬렉터에게 판매하는 것 이외에도, 전시 참여에 대한 보상의 개념이자 인건비성 비용인 아티스트 피(artist fee)를 전시 공간으로부터 받거나, 지역 문화재단 등에서 국가 지원금을 받아 전시나 프로젝트를 개최하는 방법 등이 있다. 하지만 무명의 작가들에게는 지원금에 의존하는 것도 워낙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만 하기에 결코 녹록치 않다. 경력이 부족한 작가들에게는 작가 지원을 위한 제도 역시 한정된 재원 안에서 탄탄한 커리어의 작가들에게 집중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얇은 주머니 사정 탓에 창작을 할 물리적인 공간을 얻어서 월세를 내기도 빠듯할 뿐만 아니라 재료비 충당도 어렵고, 결국 생계를 위해 다른 직업을 갖게 된다. 다수의 작가들은 어렵사리 창작을 이어가면서도 창작 지원금을 받기 위해 틈틈이 짬을 내어 지원서류를 작성하여 제출하고 여러 기관 공모에 지원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활동 경력이 짧거나 덜 알려진 공간에서 전시를 한 작가라면 결국 수많은 공모의 심사와 면접을 거치고도 합격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진다. 미술대학 졸업 후 약 10년 이상 작품 활동을 이어온 정윤영 작가는 이번 전시 <In the waiting line>에서 바로 이러한 현실에서 비롯된 창작자로서의 삶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예술고등학교와 미술대학을 거치며 오랜 시간 함께 미술을 공부했던 수많은 동료들은 예술과 함께하는 삶에서 자취 없이 사라져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자신의 작업을 이어온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자조적으로 풀어냈다. 정윤영 작가는 “이런 모습들이 때때로 남들이 보기에는 배부른 짓으로 보여졌을 지도 모르고, 무모하고 형편없어 보였을 지도 모르죠. 하지만 저에게 창작은 선명하지 않고 종잡을 수 없는 것일지라도 꽤 절실한 것이었고, 투박하지만 생생한 어떤 것이었어요.”라고 말을 더했다. “솔직하게는 ‘돈벌이’도 아닌데, 절대 시간이 필요한 창작 활동을 이어간다는 것이, 그리고 그러한 작품들을 전시에서 모두 선보일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에서 모멸감과 자괴감을 느낄 때가 꽤 있었어요.” 어딘가에 적을 두지 않은 채 부유하듯 살면서 작업을 이어온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고, 불안정한 기다림의 연속이다. 예술가가 처한 척박한 현실은 자본으로부터의 소외, 전시 공간으로부터의 소외, 사회적 고립 등으로 이어지며 그저 더 치열하게 열심히 하라는 응원의 말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본질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티파니 리 작가, in the waiting line
Happy Birthday Project (2022)
팬데믹 시대를 오롯이 맞이한 이후 당신은 코로나의 종식을 간절히 기다리는가? 그렇다면 당신의 기다림(waiting)은 그 이후의 삶에 대한 기대(expectation)로 가득하다. 희망(hope)이 없는 기다림에는 기대가 없기 때문이다.
티파니 리 작가는 “뉴노멀 시대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벗어날 수 없는 대기줄에서 앞뒤로만 서성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이야기한다. “개인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에 대해 한편으로는 인지하고 또 한편으로는 망각한 채로,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블라디미르와 에스테라공이 고도를 기다리듯 어느 날은 애타게, 어느 날은 지루하게, 또 어느 날은 절망에 휩싸여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아요.”작가는 팬데믹 기간 동안 두려움 속에서 느낀 아이러니들이 고도를 기다리다 지쳐버린 두 사람이 목을 메달아 죽기 위한 벨트가 끊어져 버려서 내일은 꼭 튼튼한 줄을 가져오자고 다짐하며 막을 내리는 사무엘 베케트의 희곡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고 말한다.
티파니 리는 2012년부터 유토피아적 기호들을 재전유하는 과정을 작업으로 표현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해피 버스데이 프로젝트 (Happy Birthday Project)’ 역시 ‘생일’이라는 특정 기호를 재전유하는 과정을 담은 작업인데, 알록달록한 구성과 함께 생일축하노래까지 곁들여졌지만 어쩐지 이 장소에 들어서서 체험하는 이들에겐 낯설고 이상한 느낌을 갖게 한다. “그런데, 누구의 생일인데요?” 이 작업에서 달콤한 아이콘들이 부유하는 설치작업은 반대 벽의 영상이 되고, 이 영상은 다시 평면이 되며, 평면작업은 설치의 요소로 작용한다. 또한 영상에서 느릿하게 울리는 생일축하노래는 얼핏 설치물과 어울리는 것 같지만, 반복해서 재전유된 기호들 사이에 뚜렷한 인과관계는 없다. 매체가 옮겨가는 과정에서 생일이라는 기호에 관한 재전유가 반복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해피 버스데이 프로젝트’는 코로나 이후 각종 미디어에서 접하는 소식과 실존 사이의 괴리감으로 혼란스러웠던 작가의 감각을 매체의 상호작용을 통해 표현했다. 이 작업의 의도는 기약 없는 기다림 중에 열려버린 생일파티의 황당함이다. 누구나 아는 생일축하 음악은 도대체 누구의 생일을 축하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생일’이라는 언어적 기호를 구현한 이 작업은 주인공 없는 생일파티라는 아이러니를 표현한다. 티파니 리는 이 작업에 대해 “팬더믹 시대에 생과 사의 중간에서 또는 삶과 예술의 중간에서 여전히 서성이며 알 수 없는 무엇인가를 목적 없이 기다리는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고 말하며 “생일이라는 기호를 재전유한 이 작업을 통해 각자가 기다리는 것의 실체에 대해 떠올리며 질문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미 지나가버렸거나 혹은 아직 오지 않은 생일을 기다리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속에서 마스크를 쓰고 반복적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 어쨌거나 생일을 축하합니다!”
실험적 공간에서 벌어지는 직관적인 2인전
두 작가가 경험한 내용들을 공유하며 출발한 작품들은 그 자체로 전시 주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며 팬데믹 시대의 딜레마를 예술적 맥락으로 끌어들였다. 피어 컨템포러리 이승연 대표는 “이 공간은 전통적인 장르 구분을 벗어난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업을 알리는 것에 있어요. 장르를 넘나드는 실험적이고 직관적인 현대예술을 대중에게 알리고,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함께 사유할 수 있는 질문들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피어 컨템포러리의 운영 방향은 개관전인 <In the waiting line>의 기획 의도와도 맞닿아 있다.
동시대 미술 현장을 찾는 많은 이들이 현대미술 작품의 난해함에 맞닥뜨리며 그것을 온전히 이해해야만 한다는 영문 모를 압박감에 사로잡히곤 한다. 때때로 관람객들은 우아하게 전시 공간에 들어섰을 때 그곳에 설치된 작품들이 설령 조악하고 유치한 외견을 자랑하고 있더라도 그 이면의 거시적 의미를 찾고자 애쓴다. 하지만 창작자의 의도를 관람객이 온전히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으며 그것은 애초에 불가능에 가깝다. 대개의 전시장에서는 복잡한 의미 구조 안에서 작가의 상세한 진술과 이를 꼭 소화해 내야만 한다는 감상자의 강박적인 태도가 서로 뒤얽힌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작품에 담긴 작가의 의도와 별개로 감상자가 작품으로부터 작은 실마리를 찾아내어 어떤 방식으로든 일상적인 것을 비트는 새로운 사유를 할 수 있게 만든다면 충분하다.
이번 전시는 두 작가의 진솔한 담화로부터 출발하여 기획되었고, 헐거운 의미 구조 안에서 다양한 매체를 재료 삼아 보다 직관적으로 구성되었다. 두 작가의 작품들이 교차되며 설치된 이번 전시는 한 개인으로서 창작과 삶 사이에서의 크고 작은 고민들, 그리고 보다 불확실해진 시대에서의 기다림이라는 키워드에 관해 다각도로 질문하며 이를 관객들과 공유할 준비를 마쳤다.
▣ 참고자료
참고자료 1. 전시작품 이미지
전시 공간 ‘피어 컨템포러리’에는 티파니 리(Tiffany Lee), 정윤영 작가의 영상, 설치, 회화, 드로잉 작품들이 뒤섞여 설치될 예정이다.
(좌) 티파니 리(Tiffany Lee)의 작품 <Happy Birthday Project> / (우) 정윤영의 작품 <뭉툭하지만 생생한 어떤 것>
참고자료 2. 전시작가 이력
티파니 리 (Tiffany Lee) (b. 1983)
학력
2019 국민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회화전공 박사 졸업, 서울
2011 국민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회화전공 석사 졸업, 서울
2007 이화여자대학교 회화전공 졸업, 서울
개인전
2020 Liquid Panorama, AK갤러리, 수원
2020 Liquid Phantasm, CICA미술관, 김포
2019 Liquid Phantasma, space xx, 서울
2018 Liquid Nostalgia, art space tetra, 후쿠오카, 일본
2016 Desert Project, 서교예술실험센터, 서울
2013 Utopia Whatsoever, 송파구립 예송미술관, 서울
주요 그룹전
2021 제21회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NeMaf, 서교예술실험센터, 서울
2021 서울문화재단 청년예술청 SAPY COLLECTION 26, 청년예술청, 서울
2021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공예술 사업 가상 정거장 Virtual Station, 복합문화예술공간 행화탕, 서울
2019 국제전자예술심포지엄(ISEA2019) Lux Aeterna,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
2012 80-89 감성 이미지, 성곡미술관, 서울
2012 한.중.일 국제교류 展, 제주도립미술관, 제주
수상 및 지원
2021 제21회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NeMaf 버추얼리얼리티아트전 초청 및 전시
2020 서울문화재단 청년예술청 미디어· 영상 작품구매 사업 공모 선정 및 전시
2020 서울문화재단 창작준비지원 RE:SEARCH 선정 및 지원
2019 제19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NeMaf VR영화특별전 초청 및 전시
정 윤 영 (b. 1987)
학력
2020 국민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회화전공 박사과정 졸업, 서울
2015 국민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회화전공 석사과정 졸업, 서울
2011 동국대학교 미술학부 졸업, 서울
개인전
2021 미완의 단면들, 영은미술관, 광주
불투명한 중첩, 갤러리 도올, 서울
어떤 그늘, 박수근미술관, 양구
2020 겹의 언어_Palimpsest, 아트 스페이스 인, 인천
2019 겹의 언어, 갤러리 도스, 서울
2017 식물 같은 밤, 팔레 드 서울, 서울
2015 감각의 산책자, 서진아트스페이스, 서울
주요 그룹전
2021 영은미술관 특별기획전_기억을 잇다, 영은미술관, 광주
2016 낯선 이웃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서울
2014 작가실격, aA디자인뮤지엄, 서울
2013 식물들의 사생활, 유중아트센터 1갤러리, 서울
뱀은 봄에 탈피를 한다, 갤러리 한옥, 서울
레지던시
2021 11기 영은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선정, 영은미술관, 광주
2020 15기 박수근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선정, 박수근미술관, 양구
끝.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