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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암미술관 김민환 사진초대전 ‘Spirits' 열어
원로사진가 김민환 사진작가가 오는 10월1일부터 15일까지 백암온천 내에 위치한 향암미술관(관장 주수일 인천대학교 명예교수)에서 사진초대전 ‘Spirits'를 아래와 같이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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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의 다양한 삶을 담은 독창적인 사진 예술
장준석(미술평론가, 한국미술비평연구소 대표)
사진기를 도구로 하는 사진의 세계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실물 그대로의 모습뿐만 아니라 상상으로만 가능한 세계, 심지어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세계까지도 사진기를 통해 다양한 모습으로 창출할 수 있다. 50여 년 동안 사진과 함께해온 사진가 김민환은 사진기의 부품 조작과 수리, 사진 촬영과 인화에 관한 많은 경험과 숙련된 기술은 물론이고 사진에 관한 해박한 지식도 갖춘 사진계의 권위자다. 그의 사진 작업은 그의 연륜만큼이나 깊이가 있고 다양하며 풍요로운데, 이 풍요로움 속에는 자기 삶의 철학과 예술 정신 그리고 사진을 매개로 한 조형성이 담겨 있다. 그는 사진 외길 인생을 살아오면서, 흔히 인식하는 일반적인 사진 촬영의 범주를 넘어 사진을 통해 다양한 조형성을 표출하고 신선한 이미지를 창출해왔다.
작가는 평소 생각하는 사진 예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사진은 늘 새로움과 만날 수 있는 현장으로, 다른 곳에서 혹은 같은 곳에서도 늘 새로움을 주며, 이런 이미지를 통해서 늘 행복함을 향유할 수 있습니다. 사진이라는 매체를 이용하여 세상 돌아가는 공간과 시간을 잔잔하게 관조하면서 담아내는 사진은 아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생명의 탄생과도 같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김민환은 촬영에 대해 많이 사색하며 자신이 촬영하고자 하는 피사체와의 교감을 수없이 시도한다. 이 교감은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차원을 넘어 새로운 이미지와 조형을 완벽하게 창출해내는 것이어서 매우 밀도가 있고 정교한 상태이다. 교감에 의한 그의 사진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데도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는 어떤 이미지나 실체로 창출되거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생명으로 탄생한다. 그러므로 그의 사진 작품은 초현실적 세계나 혹은 피사체의 본질을 표출하면서 보는 이들에게 흥미로움과 즐거움 그리고 감동을 준다.
그의 사진은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시공간을 이미지적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환상적이기도 하고, 시각적 이미지가 마치 유무형의 상태에서 팽창 혹은 폭발한 것처럼 다양하며 무궁무진하다. 이것은 단지 형식적인 측면에서 이루어지는 시각적 차원으로서 형식미 속에서 본인의 내적 감흥을 표출한 경우이다. 이는 2014년 ‘등불을 밝히다’라는 주제의 전시에서 Dynamism, Dipamkara, Orphism, Curve, Rhythm 등의 부제를 달고 창조된 일련의 작품 사진에서도 볼 수 있다. 형식에서 드러나는 조형미가 뚜렷한 작품의 상당수는 대체로 무엇을 촬영하고자 하였는지 정확하게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도 이들 작품은 수많은 이야깃거리와 풍부한 감성으로 무장하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작가는 이 한 점을 촬영하기 위하여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자신과 교감 되는 한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열정을 쏟아 몰입하였다. 빛과 어둠, 시공을 한순간에 담아 이미지화한 일련의 작품들은 신비스러울 뿐만 아니라 인상적이다. 이러한 작품들은 어떤 물리력을 이용하거나 수정하지 않은 응시(凝視)를 통한 시공 속의 물자체(物自體)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마치 전혀 보지 못하고 가지 못한 미지의 세계를 넘나드는 듯한 신비스러움과 순수함이 내재한 사진 작업을 일관되게 열정적으로 추구해 온 것이다.
이러한 열정과 몰입은 그 형식과 내용은 변하였지만 이번 전시 작품에서도 여전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과 혼(魂)을 담아 사진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일반적으로 사진은 삶에서 가장 소중하고 기억에 남을 만한 기념비적인 것들을 남기고자 한다. 그는 이런 성향에 착안해서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하나하나 아날로그 작업을 해가며 평소 사색해온 내면의 세계를 오롯이 담아내고자 하였다. 2,160장이라는 적지 않은 사진들은 사계절을 담았으며, 도시, 농촌, 어촌, 불교, 기독교, 스포츠, 산악, 연예계, 건물, 창고, 어선, 각양각색의 인물사진 등을 총망라하여 30여 개의 장르로 구분되었다. 현대인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추출하여 새로운 조형성을 추구하고자 한 일련의 작품들에는 회화적이면서도 독창적인 조형성이 담겼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러한 사진들로 구성된 독창적인 조형성이 마치 도상의 기호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상의 기호적 성향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특징과 기존에 알고 있는 특정한 성향일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는 추측 가능한 시각적인 특징과 존재론적인 성향이 담겨 있다. 이러한 사진들은 생활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험 속의 사진을 지각하는 선에서 시작되지만 결국은 도상 해석학적 차원으로 접근하게 될 것이다. 대상과 유사성을 보이는 작가가 제시한 일련의 사진들은 마치 도상 기호처럼 형성되면서 하나의 구조주의적 양상을 보인다. 이 구조는 현실의 실질적인 구조를 재현하지 않는다는 특성을 보이는데, 작가가 선별하고 선호하며 관심을 두는 기호적 성향의 형상들은 특정한 질서 체계를 유추하고 또 다른 상징적 의미를 발견해낼 수 있게 할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작품들을 창작하면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아이디어는 발견이다.”라는 창의적 사고의 ‘Smart Connection’의 지혜를 이용하여 제거, 복제, 속성 변경, 역전, 용도 통합, 연결 등 6가지 통합된 패턴을 응용해서 관심과 무관심의 이중적 사고가 공존하는 사람과 사물의 요소를 사진적 교감을 가미하여 재해석하였다.
예술 작품을 관람할 때 기호로써 도상성을 유추하고, 지표로써 이해하며, 상징으로써 그 속에 숨겨진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알 수 없는 기호적 형태와 다양한 형태를 담은 여러 모양의 사진들 속성이 변경·제거·통합되는 다양한 과정을 통해 나타나는 우연적인 효과는 사실 특정한 소통을 목표로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들 작품에 기호적 형태와 대상 간의 의미 작용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마치 연기를 보고 불을 연상하듯이 작가의 작품 중앙에 커다랗게 혹은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알 수 없는 녹색 혹은 주황 형태의 이미지와 원형 구름 같은 형태와 쉽게 인지 가능한 사진의 형상들과의 관계를 통해 새로운 시니피에를 확보하고 상징성이 촉발되는 것이다. 이 상징성을 이해하고 알기 위해 예술 작품과 작가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필요하다. 작품의 숨은 의도를 발견하고 지표를 찾아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그가 다양한 방법으로 수천 장의 사진 위에 유리를 덮고 물감을 뿌리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시각을 표출하는 것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위한 몸부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행위를 ‘재해석’이라 말한다. 작품을 이해하는 지표는 각인의 수준만큼의 해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는 김민환의 수준 높은 사진 작품을 통해 스스로 상상하고 해석하면서 새로운 생명성이 공존하는 세계를 함께 맛볼 수 있을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