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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문화재단 김승국 이사장, 시집 『들꽃』 펴내 코로나19 시기, 희망과 위로를 전하는 시집
노원문화재단 김승국 이사장이 코로나19 시기, 희망과 위로가 되는 시집 『들꽃』을 펴냈다. 이번 시집은 문화기획자이자 중견 시인인 김승국 이사장의 다섯 번째 시집으로 총 83편의 시가 4부로 묶여 있다. 김 이사장은 이번 시집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을 선보임과 동시에, 불화가 아닌 포용으로 사람들의 삶에 대한 보편적 가치를 선명하게 조명한다.
이번 시집에서는 스산한 현실 밖의 따뜻한 것들을 그리워하며 형상화하는 「공간」, 땅을 뚫고 솟아오른 잡초의 끈질긴 생명에서 희망을 노래하는 「상황36」, 이 땅에서 자유를 위해 스러져간 수많은 청년의 붉은 외침을 노래한 「유홍초」 등 우리 삶의 단면을 섬세하고 날카롭게, 때로는 따뜻하게 그려낸다.
문학평론가 하응백은 추천사에서 “김승국의 시는 외로움에서 출발한다”며 “김승국의 시는 그 외로움을 극복하여 꿋꿋한 남성성으로 사회적 자아를 굳건히 정립하여 나가고 있다.김승국의 시가 유약한 서정의 세계를 근간으로 하면서도 한편에서는 우리 사회의 장자(長子)의 모습을 보이는 이유가 이것으로 설명된다”고 설명한다.
이번 시집은 자연의 색을 그림으로 담아내는 일러스트레이터 ‘소리여행’의 이미지가 시와 어우러져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아름다운 언어와 미술을 함께 즐길 기회가 될 것이다.
김승국 이사장은 1985년 첫 시집 『주위 둘, 스케치 셋』, 1989년 두 번째 시집 『나무 닮기』, 1999년 세 번째 시집 『잿빛 거리에 민들레 피다』, 2011년 네 번째 시집 『쿠시나가르의 밤』을 펴냈으며 이어 이번에 다섯 번째 시집 『들꽃』을 펴냈다.
붙임1. 책 소개
김승국 저·소리여행 그림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21년 6월 21일
ISBN 978-89-6078-734-6 / 값 13,000원 / 226쪽
국내도서/한국시(시화집)
책소개
들꽃』은 문화기획자이자 국악전문가이자 중견 시인인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김승국이 펴낸 다섯 번째 시집이다. 특히 이 시집은 자연의 색을 그림으로 담아내는 일러스트 작가 ‘소리여행’이 책의 미관을 아름답게 칠했다. 김승국 시인은 1985년 첫 시집 『주위 둘, 스케치 셋』, 1989년 두 번째 시집 『나무 닮기』, 1999년 세 번째 시집 『잿빛 거리에 민들레 피다』, 2011년 네 번째 시집 『쿠시나가르의 밤』을 펴냈으며 이어 이번에 다섯 번째 시집 『들꽃』을 펴냈다. 등단 37년을 맞은 시인의 더 깊어진 내면을 담아냈다.
차례
1부
풍란 14 ・ 밤에 피어나는 장미의 순간 16 ・ 5월의 신작로 17
비 18 ・ 유홍초 20 ・ 내 온몸 흠뻑 젖는데 22
들꽃 24 ・ 비를 바라보는 풀잎 26 ・ 연꽃 마음 28
쿠시나가르의 밤 32 ・ 청향 淸香 36 ・ 허공 38
흔들리는 달빛인가 40 ・ 시인의 노래 42 ・ 멍청한 풍란 43
공옥진 44 ・ 강경 기행 46 ・ 너는 모르지 48
3월은 왔는데 52 ・ 북한강 변에서 54 ・ 공간 56
도심에 핀 들꽃 60 ・ 꿩의 바람꽃 61 ・ 실연失戀 62
별을 바라보며 63 ・ 죽음준비 66 ・ 다시 가 본 싸리재 67
화해 68 ・ 산행 70 ・ 피고 지고 72
2부
주위 Ⅰ 76 ・ 주위Ⅱ 78 ・ 역마살 81
상황 35 82 ・ 상황 36 84 ・ 종점 86
청동어靑銅魚 88 ・ 거리에 서서 90 ・ 11월의 비 92
피에로 94 ・ 빙폭 96 ・ 바다 99
신호등 102 ・ 안양천 거북이 104 ・ 서울 105
촉수를 거두고 108 ・ 원 110 ・ 나무닮기 112
겨울목련 113 ・ 출구 114 ・ 숨은 소리 118
산 121 ・ 만리동 고갯길 126 ・ 지금 나는 담금질 중이다 128
3부
나그네 134 ・ 사랑의 시 136 ・ 고봉산 연가 139
내 마음은 달맞이꽃 140 ・ 新 살풀이 142 ・ 섬 144
그대에게 146 ・ 허무의 노래 150 ・ 하루의 책갈피 152
찬바람 새 154 ・ 애상 155 ・ 나는 156
떠날 거예요 158 ・ 홀로 걷기 좋은 날 160 ・ 평택 아리랑 162
강북 아리랑 164 ・ 해연海戀 16
저자 소개
인천에서 태어나다. 양정고등학교와 국제대학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을 졸업했다. <문학세계>와 <자유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잿빛 거리에 민들레 피다」, 「쿠시나가르의 밤」, 수필집으로 「김승국의 전통문화로 행복하기」, 「김승국의 국악, 아는 만큼 즐겁다」, 「인생이라는 축제」 등이 있으며 칼럼니스트로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자유문학 문학상, 문학세계 문학상, 서울문화투데이 예술대상 등을 수상했다.
1970년대 예술·건축 종합잡지 ‘공간(空間)’ 편집부 기자로 문화예술계에 입문하여 서울국악예술고등학교 교감, (사)전통공연예술연구소 소장,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상임부회장, 수원문화재단 대표이사,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을 거쳐 현재 노원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림 <소리여행> 소개
자연에 대한 동경, 사람에 대한 연민의 마음을 담아 색으로 담아냅니다.
자연의 색을 담아내는 동안 내 마음도 자연의 색으로 물들어가고,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는 동안 내 마음도 삶을 배워갑니다.
그라폴리오 grafolio.naver.com/helenhan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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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엄중한 시대, 소통과 화해를 위한 시적 여정 김승국의 시는 무엇이 우리를 존재케 하는가?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의미망을 제시하면서 분열이 아니라 소통의 단초를 보여주는 화해를 전제한 분개라고 읽힌다. … 시인 김승국의 이번 시집 『들꽃』에 실린 시들은 언어의 명료함과 간결함 등으로 미루어 이미지 시에 가깝다. 이미지 시에 가까우면서도 이미지 시가 놓치기 쉬운 의미의 확장이라는 영역까지 확보하며 현대시가 갖춰야 할 요소를 놓치지 않음으로써 나름 자기 시를 훌륭하게 완성하고 있다. … 엄중한 시대에 침묵을 깨고 뜨거운 심장을 두근거리며 다듬었을 다섯 번째 시집 『들꽃』의 상재를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_‘김재천 시인의 해설’ 중에서
외로움의 힘으로 빛나는 빙폭 위에서 노래하다!
김승국의 시는 외로움에서 출발한다. 그 외로움의 근원은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유년 시절의 애정 결핍에서 상당 부분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김승국은 그 근원적인 외로움을 충족시킬 수 없다. 성인이 되어서도 자기 자신은 “언제 봐도 낯선 얼굴”이고 “불모의 시간 속에서 소멸” 한다.
김승국의 시는 그 외로움을 극복하여 꿋꿋한 남성성으로 사회적 자아를 굳건히 정립하여 나가고 있다. 김승국의 시가 유약한 서정의 세계를 근간으로 하면서도 한편에서는 우리 사회의 장자長子의 모습을 보이는 이유가 이것으로 설명된다.
외로운 자여, 오랜 세월이 흘러 외로움이 힘이 되었구나. 그대 불굴의 의지로 “겨울이 끝날 때까지 저 빛나는 빙폭 위에” 우뚝 서 있어라!
_하응백(문학평론가, 소설가)
해설
절대 자유를 바탕으로 현장의 아픔을 이해와 소통과 화해로 노래하는 시인
시인 김재천은 시집 <들꽃>의 발문에서 시인 김승국을 스웨덴 ‘국민시인’이자 2011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에 비교하면서 “김승국은 절대 자유를 바탕으로 노래하는 궁극의 목적은 세상과의 불화가 아니라 그곳이 어느 곳이든 달려가 가감 없이 현장의 아픔을 드러냄으로써 얻는 전통에 대한 이해와 소통과 화해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인 김승국을 한국의 ‘트란스트뢰메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스산한 현실 밖의 따뜻한 것들을 그리워하며 형상화해 나가는 시
“새벽 3시/ 문득 깨어나 램프를 켠다. / 적막한 주위를 핥는 램프의 혀. / 메우지 못할/ 불치의 공간에 / 심지를 돋우고 / 거울 앞에 선다. / 언제 봐도 낯선 얼굴. / 불모의 시간 속에서 소멸되어 온/ 또 하나의 내 얼굴. / 옛날/ 휘영청 달 밝은 밤 / 아버님, 할아버님 / 풍류로 보내시던 / 심지 깊은 밤 / 홀로 깨어 / 몇 줄의 시를 쓴다.”(「공간」 전문)
시인 김승국은 자주 시간을 중요한 테제로 삼는다. 그 만의 특별한, 어떤 시간을 설정함으로써 시간이 주는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고 그것을 시의 동력으로 활용한다. 마치 1956년도 <문학예술>에 실린 유정이 그랬던 것처럼 스산한 현실 속에서 현실 밖의 따뜻한 것들을 그리워하면서 형상화한다.
땅을 뚫고 솟아오른 잡초의 끈질긴 생명에서 희망을 노래하다
“우리는 무엇에 내기를 걸고 사는 것일까? 처음부터 우연을 꿈꾸고 시작하는 슬롯머신처럼 불확실한 미래를 향하여 초조하게 시간의 코인을 계속해 집어넣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때때로 암담하고 절망적일 때조차도 정직하지 못하다. ........ 우리는 홀로 깨어있을 시간이 필요하다. 깨어있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것이지만 진실에 가장 가까이 닿아있는 것이기에.”(「상황 36」에서)
이 시의 앙금은 ‘깨어있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것이지만’ 그래도 ‘홀로 깨어있을 시간이 필요하다’에 있다. 그 앙금에 이르기까지 시인 김승국이 느끼는 것은 ‘절망’이었다. 통일신라 시대 6두품 출신으로 중국으로 건너가서 빈공과에 합격하고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 등 명문으로 이름을 날린 최치원이 빠졌던 실의와 같은 의미의 ‘절망’인 것이다. 거기에 이르게 하는 것들이 있다. ‘불확실한 미래’가 그렇고 ‘두려움’이 그렇고 ‘가래처럼 마구 뱉어놓은 가식의 언어들’이 있다. 그러한 의문을 뚫고 돋는 것으로 ‘잡초’를 응시하는 시인의 비명을 듣게 하는 시로 읽힌다.
지친 영혼을 빙폭 위에 걸어두고 길고 긴 시간 사유하라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얼마나 치열한 저항인가. / 일렁이는 마음은 파도와 같은 것. / 파도를 잠재우기까지는 / 기다림이 필요하듯 / 우리의 마음을 잠재우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 바람이 몰아치는 겨울에 / 산으로 가라. / 가서 / 암벽에 꽁꽁 얼어붙어 있는 / 빙폭을 보아라. /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그곳에서 / 낮과 밤을 쉬지 않고 / 얼마나 눈이 부시도록 / 자신을 탈색시키고 있는가를 보아라. / 그리고 / 그대의 지친 영혼을 / 겨울이 끝날 때까지 / 저 빛나는 빙폭 위에 / 걸어두라.”(「빙폭」에서)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그곳에서/낮과 밤을 쉬지 않고/얼마나 눈이 부시도록/자신을 탈색시키고 있는’ 「빙폭」을 보면서 시인 김승국은 그대에게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그곳에서’ ‘그대의 지친 영혼’을 ‘겨울이 끝날 때까지/저 빛나는 빙폭 위에/걸어두라’고 절규하는 시인의 내면에 절대적으로 공감하게 되는 시로 읽힌다.
언어의 명료함과 함께 의미의 확장을 놓치지 않는 탁월한 시
“암흑의 깊고 깊은 터널 속에 / 흰 손수건을 늘어뜨리다. / 그대는 / 시공(時空)을 가르는 장막. / 영(靈)과 육(肉)을 연결하는 고리. / 핏빛같은 구음(口音)에 맞추어 / 몸짓하는 정신. / 치열한 영혼의 투쟁 끝에 / 내걸은 하얀 깃발. / 어둠을 더욱 어둡게 해주는 / 백색(白色)의 논리(論理). / 난파된 마음으로 / 푸른 바다 위를 혼자 날아가는 나비. / 계면조로 울어대는 밤바다가 / 해안에 탄식하듯 뱉어놓은 / 무겁고 허연 한숨. / 머무른 듯 움직이고 / 가는 듯 멈춰서는 / 그대는 / 차라리 흐느낌이어라. / 추어라 추어라 / 귀신의 춤 / 할머니의 춤 / 찢겨진 내 영혼의 춤을.”(「新 살풀이」 전문)
시인 김승국의 시는 간결하고도 시각적 이미지에만 머무르지 않고 문명에 밀려 상대적으로 깊이를 잃고 있는 문화에 대한 염려로 의미의 확장을 놓치지 않는다.
깨어진 유리 조각 같은 언어를 다듬어 만들어진 시집 <들꽃>
“고요한 시간./ 내 맘의 형태 닮은/ 닮은꼴 언어 찾기. /언어는/ 깨어진 유리 조각./ 내 손은 찢기어 피에 젖는다./ 끝없고 힘겨운/ 홀로의 작업./ 부질없는 짓이라 탓을 한다면/ 사는 것도 부질없기는/ 매한가지.”(「시인의 노래」 전문)
그렇다. 시인이 되기 위한 인고의 시간이 이 시에서 매우 구체적으로 녹아있다. 시를 한마디로 축약한다면 ‘언어’다. 지상에 깨져서 널브러져 있는 ‘언어’는 그러나 시인의 의지대로 쉽게 집어지는 것이 아니라 깨진 부분의 성성한 날카로움 때문에 언제나 손가락에 상처를 내면서 저항하기 마련이다. 저항을 무릅쓰고 적절한 언어를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시 정신으로 무장한 시인 김승국의 속내를 어느 정도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이어서 마음이 더워지는 시다.
이 땅에서 자유를 위해 스러져간 수많은 청년의 붉은 외침을 노래하다
“이 산하에/피었다 떠나간/산꽃 들꽃이여/그대들은/꽃으로 오고 싶다 하지 않았으나/꽃으로 와서/꽃잎은 꽃잎대로 보내고/뿌리는 뿌리대로 남기고 떠나야 했다./이제/다시 올 꽃들은/어디메쯤 피었다가/또다시 떠나가야 할 것인가./그러면/앞뜰 찬바람에 떠는 유홍초여/그대는/내가 바라보는 유홍초인가/나를 바라보는 유홍초인가.”(「유홍초」 전문)
시인은 ‘앞뜰 찬바람에 떠는’ 꽃에 주목한다. 그렇다. 시인은 ‘앞뜰 찬바람에 떠는’ 꽃에서 이 땅에서 자유를 위해 스러져간 수많은 청년의 붉은 외침을 꺼내서 듣는 것이다. ‘꽃으로 오고 싶다 하지 않았으나/꽃으로 와서/꽃잎은 꽃잎대로 보내고/뿌리는 뿌리대로 남기고 떠나야 했’던, 떠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외침을 기억해내고 그들의 노래를 새기는 것이다. 이 시집의 제목이 『들꽃』인 것도 아마도 같은 까닭일 것이다.
분열이 아닌 소통을, 화해를 전제로 한 분노와 질타
“바람 속에 서 있어도 어디로 불어 가는지 / 강가에 서 있어도 어디로 흘러가는지 / 모른다 나는. / 고상한 분들이 클래식 감상을 하시는 이 밤. / 하루치의 생존을 위해 /오팔팔 거리에서 /분을 짙게 바르고 / 손님을 받는다 나는. .......키워 보자 분노의 나무를 / 품어 보자 복수의 칼을. / 그리고 기다려 보리라. / 모순의 벽이 무너져 내리는 그날까지 / 끝까지 살아남아. / 바람은 어디로 불어갔는지 / 강물은 어디로 흘러갔는지 / 두 눈을 부릅뜨고 / 살아서 보리라....”(「일어서는 밤」에서)
정작 시인 김승국이 이 시에서 노래하고자 한 것은 오팔팔에서 연명하는 창녀의 일상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비견되는 고상한 분들의 위선일 것이다. 이 시 「일어서는 밤」에서 비로소 시인은 화자로 들어가 꼬이지 않은 목소리로 분개하는 것이다. 무엇이 우리를 존재케 하는가,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의미망을 제시하면서 분열이 아니라 소통의 단초를 보여주는 화해를 전제한 분개라고 읽힌다.
코로나19 시대에 잠시나마 치유와 힐링의 시간을 선물할 시집 『들꽃』
시인 김승국의 이번 시집 『들꽃』에 실린 시들은 언어의 명료함과 간결함 등으로 미루어 이미지 시에 가깝다. 이미지 시에 가까우면서도 이미지 시가 놓치기 쉬운 의미의 확장이라는 영역까지 확보하면서 현대시가 갖춰야 할 요소를 놓치지 않음으로써 나름 자기 시를 훌륭하게 완성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엄중한 시대에 침묵을 깨고 뜨거운 심장을 두근거리며 다듬었을 김승국 시인의 다섯 번째 서정 시집 <들꽃>에 눈길이 오래 머문다.
책 속으로
애야
지난밤
얼마나 추웠니.
이 불쌍한 것.
_「들꽃」 전문
바람은 바람 소리를 몰고
꽃은 꽃의 새끼들을
나는 나의 그림자를 몰고
5월의 신작로를 달려간다
햇살은 수없이
바늘같이 쏟아져 내리고
거리는 비틀거리며 흔들리고 있었다.
_「5월의 신작로」 중에서
이 산하에
피었다 떠나간
산꽃 들꽃이여
그대들은
꽃으로 오고 싶다 하지 않았으나
꽃으로 와서
꽃잎은 꽃잎대로 보내고
뿌리는 뿌리대로 남기고 떠나야 했다.
이제
다시 올 꽃들은
어디메쯤 피었다가
또다시 떠나가야 할 것인가.
_「유홍초」 중에서
새벽 3시
문득 깨어나 램프를 켠다.
적막한 주위를 핥는 램프의 혀.
메우지 못할
불치의 공간에
심지를 돋우고
거울 앞에 선다.
언제 봐도 낯선 얼굴.
불모의 시간 속에서 소멸되어 온
또 하나의 내 얼굴.
_「공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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