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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09월04일 07시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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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섬티아고 ‘순례자의 길’ 12km

대기점도-소기점도-소악도-진섬-딴섬 등 5개 섬을 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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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rbike Diary>

신안 섬티아고 순례자의 길’ 12km

대기점도-소기점도-소악도-진섬-딴섬 등 5개 섬을 돌다

 

섬티아고는 전남 신안군 소재 대기점도-소기점도-소악도-진섬-딴섬 등 5개 섬 트레킹 코스를 부르는 이름이다. 신안군에서 이들 섬에 예수님 12제자의 집을 세우고 순례자의 길을 만들었다. ‘12사도의 집을 찾아가는 길이어서 스페인의 산티아고 이름을 본떠 섬티아고라고도 부른다.

증도 바로 옆에 위치한 이들 섬들은 일자형으로 나란히 인접해 있어 간조 때에는 섬 사이의 시멘트길인 노둣길로 건너다닐 수 있다. 노둣길은 사리 등 만조가 심할 때는 물에 잠겨 다시 섬간 왕래가 끊어지는 길이다. 노둣길은 원래는 주민들이 옆섬을 건너가기 위해 갯벌에 돌을 놓아 만든 징검다리길이다.

섬티아고 섬의 노둣길은 그 길이가 무려 19.8k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노둣길이다. 신추도-병풍도-대기점도-소기점도-소악도-진섬 등 6개 섬이 노둣길로 이어져 있다. 이들 중 신추도 및 병풍도를 제외한 나머지 섬들 12km‘12사도 순례자의 길을 만들었다 


사진으로만 보면 ‘12사도의 집건물 모습이 너무 인공적이어서 어색하고 거부감도 있었는데 막상 직접 가서 보니 그렇지는 않았다. ‘12사도의 집하나하나가 해외 및 국내 유명작가 10명이 기발한 발상과 아이디어로 세운 집들이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예배당인 ‘12사도의 집은 건축미술의 모델이요 그 자체가 아름다운 예술품들이었다. 예쁘고 앙증스러운 집 모습이 마치 동화의 세계를 보는 듯 했다.

‘12사도 순례자의 길은 성경에 근거한 기독교적인 명칭이긴 하지만 굳이 종교색을 염두에 둘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불교신자이든 무신론자이든 누구나 섬길을 걸으면서 시원한 공기와 해풍을 맞으면서 마음을 다스리고 힐링을 할 수 있는 멋진 트레킹 코스이다.

나는 이곳 순례자의 길을 현지에서 전기자전거를 빌려 자전거 트레킹으로 돌아봤다. 자전거를 타고 제대로 섬트레킹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새로운 경험은 무엇이든 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날씨가 엄청 더웠는데도 자전거로 해안길을 씽씽 달리니 시원한 바닷바람이 가슴 가득히 안겨온다. 그 더위에 16km를 걸었다면 꽤나 고생할 뻔 했다. 갑자기 현지에서 자전거를 빌릴 생각을 한건 신의 한수였다. 대여요금은 1만원. 전기자전거는 3단까지 수시 조정이 가능하다. 1단은 평지길, 2단은 완만한 비탈길, 3단은 가파른 고갯길 용이다. ‘순례자의 길은 거의 대부분 평지길이므로 조금 익숙해지면 계속 2단으로 놓고 가면 편하다.

 

여객선을 타면 천사대교 밑을 지난다. 2019.4월에 개통된 천사대교는 총 길이 10.8km(교량길이 7.22km, 11.5m)의 자동차 전용도로로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 긴 연륙교이다.

섬티아고 도착은 먼저 당사도-소악도-매화도-소기점도에 기항한 후 순례자의 길 출발지점인 대기점도로 간다.

대기점도 선착장에는 하얀색의 앙증맞은 베드로의 집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석회로 마감하여 눈부시게 하얀 외벽과 지중해풍의 푸른색으로 마감한 돔 형태의 지붕은 이국적인 감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마치 그리스 산토리니 건물의 미니어쳐 같다. 세 개의 작은 작품으로 이루어진 베드로의 집은 종탑, 명상처, 기도소, 대기소, 화장실 등 여러 기능을 한데 지녔다. 키가 작은 종탑은 몸을 숙여 종을 치도록 고안, 몸을 낮추고 겸손한 마음으로 순례길을 떠나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 있다. 이곳 출발점에서는 종을 한번 치고, 마지막 가롯 유다의 집에서는 종을 열두번 쳐서 순례자의 길 트레킹이 끝났음을 알리도록 고안되었다.

이후 모든 12사도의 집들은 모두 건물 자체도 예쁘지만 실내 구성 및 도안도 볼 만하다. 베드로의 집의 경우 실내에는 작은 창문 아래 두 개의 촛대가 놓여 있고 돔 모양의 천정에는 작은 창문 여러개와 크리스탈 샹들리에 조명이 걸려 있다.

두번 째 사도는 안드레아의 집’. 대기점도에서 병풍도로 건너가는 노둣길 입구에 세워져 있다. 밀물과 썰물을 해와 달로 해석하여 둥근 모양의 구조물과 각진 모양의 구조물이 한데 붙어 있는 작품으로 만들어졌다. 섬 주민들이 사용하던 돌절구와 여물통을 건축의 일부로 사용하여 섬 주민의 삶과 풍경을 작품 안으로 끌어들였고, 대기점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길고양이들을 섬의 수호신으로 상징화하여 돔구조의 지붕 위에 설치하였다. ‘안드레아의 집내부에는 둥근 돌평상을 놓았고, 발굴된 유물처럼 보이는 십자가, 초를 올리는 붙박이 선반을 벽면에 설치하여 순례자들의 마음을 정화하고 사유할 수 있는 작은 공간으로 꾸몄다. 이처럼 12사도의 집 모든 건물에는 외벽 구조의 독창성과 함께 내부 구조도 기발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 순례자들에게 볼 것마음의 평안 및 사유를 함께 누릴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대기점도에는 사람보다 고양이가 더 많이 살고 있는 고양이 천국이다. 섬 집집마다 부엌과 마루를 차지하고 있는 고양이. 30여 가구의 주민들과 300-400마리에 이르는 고양이들이 말 그대로 동거 중이다. 30년 전에 마을이 들쥐로 인해 극심한 피해를 입게 되자 쥐를 없애기 위해 고양이를 섬으로 들여와 키우기 시작한 것이 이 섬에 고양이들이 살게 된 동기이다. 그 후 쥐로 인한 피해는 많이 즐어들었지만, 섬에 살던 개들이 천적인 고양이들을 가만놔두지 않자 마을 사람들은 다시 논의하여 섬의 모든 개들을 밖으로 내보냈다고 한다. 그 후로 약 30년간 개는 한 마리도 없고 그야말로 고양이들의 천국이 된 것이다.

 

대기점도에서 병풍도로 넘어가는 노둣길은 975m로 섬티아고 노둣길 중 가장 길다.



병풍도에는 순례자의 길은 없지만, ‘병풍바위맨드라미 꽃동산이 유명하다. 증도초등학교 병풍도분교(2020.3월 폐교) 뒷 동산에 조성된 맨드라미 꽃밭은 그 규모가 무려 12ha에 이른다. 맨드라미꽃은 8-10월에 걸쳐 개화하며, 신안군에서는 꽃 절정기인 9월 중순에 매년 맨드라미꽃축제도 열고 있다. 꽃동산 정상에 올라가면 마을과 바다 전경이 사방으로 한 눈에 들어온다. 맨드라미꽃밭과 병풍도 앞바다의 아름다운 경관을 함께 즐길 수 있다. , 맨드라미꽃밭길 곳곳에는 세계적인 성상(聖像) 조각가인 최바오로 작가의 천사조각상등도 세워져 있어 볼거리를 더 하고 있다.

노둣길을 건너 맨드라미꽃동산까지 다녀올려면 왕복 4km는 족히 잡아야 하지만 그래도 때가 맞으면 다녀오는 것이 좋다. 이 코스까지 더하면 순례자의 길은 총 16km 정도 되는 셈이다.

대기점도로 다시 돌아와 야고보-요한-필립의 집으로 돌아본다. 대기점도의 끝단에 위치한 필립의 집은 프랑스 작가 장 미셀 후비오의 작품이다. 프랑스 남부지방의 전통가옥을 모형으로 했다고 한다. 섬 사람들의 삶과 시간이 담긴 돌절구는 둥근 열린 창문이 되었고, 이 창을 통해 맞은 편 벽면에 설치된 짙은 푸른 빛의 유리블록 십자가를 볼 수 잇다. 메타세쿼이아 나무를 물고기 비늘 모양으로 잘라 얹은 지붕은 뾰족한 첨탑형으로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고, 그 꼭대기에는 작고 소박한 물고기 조각이 놓여 있다. 전통적인 나무배의 형상을 떠올리게 하는 실내 구조도 특이하다. 이곳에서 소기점도로 건너가는 노둣길과 바다를 바라보면 계절과 시간, 물때에 따라 변화하는 아름다운 섬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소기점도 호수 위에 지어진 바르톨로메오의 집토마스의 집을 지나면 여유있게 쉬어갈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만난다. 마을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는 잠자리와 식당, 카페를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숙소는 남녀 각 8명 씩 들어갈 수 있는 도미토리형의 침실이다. 숙박비는 1인당 2만원. 사전 예약이 필수이다. 날씨가 더워 팥빙수를 주문했다. 팥빙수가 양도 많고 맛도 좋다. 3명이 두 개를 주문하면 적당한 것 같다. 게스트하우스 앞은 훤히 트인 바다. 파라솔 밑 벤취에 앉아 빙수를 먹으면서 바다경관을 즐기는 멋 또한 섬트레킹의 짜릿한 즐거움이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잠시 쉰 후 다시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소기점도와 소악도 간 노둣길 중간에는 마태오의 집이 있다. 러시아 정교회 모습을 닮은 집이다. ‘기쁨의 집이라 소개된 이곳은 건물바닥을 약간 높게 하여 밀물 때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집이 된다. 민트색 타일 지붕 위에 놓인 금빛의 양파 모양 돔은 섬의 특산물인 양파에서 모티브를 얻어 섬주민들의 일상과 삶을 표현하고자 한 작품이라 한다. 십자형 구조를 가진 이 작품은 세 면의 벽에 설치된 대형 창문 넘어 드넓은 갯벌과 바다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을 방문할 때는 꼭 물때를 확인해야 하며, 조금 늦기라도 하면 다음 썰물때까지 작품과 함께 섬 속의 섬에 고립되기 십상이다.

소악도 끝단에 위치한 작은 야고보의 집’, 노둣길 건너 진섬의 유다 타대오의 집시몬의 집을 지나면 순례자의 길마지막 섬인 딴섬에 이른다. 무인도인 딴섬은 끝섬이라고도 부르며, ‘가롯 유다의 집이 세워진 섬이다.

붉은 벽돌을 쌓아올린 고딕양식의 첨탑과 기와를 올린 지붕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 앞에는 나선형으로 쌓아올린 벽돌종루가 놓여 있다. 이곳에서 열두 번 종을 치면 12km의 순례길을 무사히 마무리했음을 알리게 된다. 종탑 모양이 특이하다. 수직 형태가 아닌 뒤틀린 모양새다. 종탑처럼 뒤틀리고 꼬인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반성하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끝섬 건너가는 길은 노둣길이 아닌 자연상태의 모래갯벌이다. 밀물 때는 물이 차서 건너갈 수 없기 때문에 물때를 꼭 확인해야 한다. 가롯 유다는 예수님의 12제자 중 하나였지만 마지막에 예수님을 배반하고, 그 죄책감으로 자살하였다. 가롯 유다의 집이 끝섬에 세워진 건 그를 무인도에 유배시키고 싶은 작가(손민아)의 마음이 담겨있는 것일까?

‘12사도 순례자의 길을 모두 마치고 되돌아 나오면서 열한 번째인 시몬의 집벤취에 앉아 더위를 식힌다. ‘시몬의 집바로 앞 바다풍경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곳은 섬에서 가장 멋진 낙조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비록 자전거를 타고 돌아봤지만 12사도의 집을 찾을 때 마다 종교적인 의미를 떠나 마음의 평안과 위로, 지나온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뜻깊은 하루였다.

 

이제 곧 섬을 떠날 시간. 귀항은 소악도선착장에서 배를 탄다. 소악도 자전거대여소에 자전거를 반납하고 선착장 옆 이름도 예쁜 쉬랑께카페에서 식혜 한 잔 주문해본다. 갈증 끝에 마신 음료라서이겠지만 얼음을 넣은 식혜가 꿀맛이다. 함께 한 친구들도 이렇게 맛난 식혜는 처음이라고 감탄한다. ‘쉬랑께카페는 가정집을 그대로 쉼터로 만든 카페이다. 응접실이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여행객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 음료수 값을 받지않는다. 헌금함 모양의 박스에 스스로 알아서 몇푼 넣으면 된다. 순례자의 섬 다운 배려같다. 주인 여자분께서 배가 연착한다는 정보도 알려준다. 이래저래 고맙게 쉰 후 배를 탄다.

나중에 알고 보니 '쉬랑께' 카페는 소악교회 장로가 운영하는 쉼터이다. 소악교회는 기점도 및 소악도에서 하나 밖에 없는 교회로, 임병진 목사(58)가 담임목사로 있다. 소악교회는 교회 안에 '쉬랑께'카페와 게스트하우스인 '순례자의 집(자랑께)'도 운영하고 있다. 선착장카페는 '쉬랑께 2호점'이다. 식당이나 숙박시설이 부족한 섬티아고의 실정을 고려하여 교회 측에서 마련한 시설들이다.

임 목사는 "신안군 증도면은 90% 이상이 기독교인이며, 한국 성결교 최초의 여성순교자 문준경(1891~1950) 전도사가 섬마을 전도를 위해 찾아다니던 사명의 길이지요. 신안이 고향인 그는 1년에 고무신이 8켤레나 닳았을 정도로 열정적인 섬 선교를 했습니다. 신안에만 무려 100여 곳의 교회를 개척했지요. 그런 의미에서 기점소악도를 '순례자의 길'로 조성한 것은 의미가 참으로 크다고 할 수 있지요"라고 말한다.

임병진 목사는 문준경 전도사 일대기를 그린 책 천국의 섬’, ‘문준경에게 인생의 길을 묻다등을 펴낸 분이다. 임 목사는 2007년부터 문준경 전도사의 삶을 조명하는 12일 코스의 증도 순례100회 이상 이끌기도 했다. 임병진 목사는 " 이곳 '12사도 순례자의 길'이 단순히 잠시 와서 구경 만 하고 가는 관광지가 아니라, 스페인의 산티아고처럼 종교와는 관계없이 누구든 아늑하고 아름다운 섬길을 걸으면서 자신을 성찰하고 힐링할 수 있는 뜻깊은 트레킹 코스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한다.

 

돌아가는 배 위에서 문득, 쿠바의 혁명가 체 게베라의 위대한 여정을 그린 영화 ‘Motorcycle Diary’가 생각난다. 전기자전거로 돌아본 순례자의 길. 여행기 제목을 어떻게 쓸까 궁리하다가 나도 감히 ‘Motorbike Diary’ 라 이름붙여본다. 혁명가는 커녕 섬을 떠돌아다니는 이름없는 방랑자에 불과하지만 암튼, ‘방랑자에서 순례자로라고 쓰여진 소악교회 안내판이 새삼 눈에 들어온다.(,사진/임윤식)

 

*섬티아고 가는 방법은...

 

신안군 압해도 송공선착장에서 06:50부터 하루 4회 출항한다.(해진해운 061-244-0803). 대기점도까지 소요시간은 약 1시간. 지도 송도선착장, 증도 버지선착장 및 무안 신월선착장에서도 여객선이 있지만 대기점도가 아닌 병풍도로 간다. 병풍도에 내리면 순례자의 길출발 섬인 대기점도까지 수 킬로미터 건너가야 한다. 차량을 가지고 갈 경우에는 병풍도에 내리는 방법도 좋다. 병풍도에는 병풍바위가 유명하며, 맨드라미꽃동산도 볼 만하다. 병풍도까지 송도선착장에서는 07:00부터 하루 4회 출항, 24분 소요, 증도 버지선착장에서는 17:15 출항 하루 1, 10분 소요, 무안 신월선착장에서는 11:30부터 하루 2회 출항, 57분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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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식 (lgysy@naver.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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