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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年 3人3色 眩惑(현혹)’ 예술공작소 몽상 | 극단 춘추 & 극단 RM | 극단 이구아구
무한한 신에게서 바라는 저 높은 곳의 이상을
유한한 낮은 곳의 인간에게서 찾는다.
올 해, 코로나19로 온 세상이가 우리의 삶을 온통 뒤죽박죽으로 만들었다.
살갑게 지내던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매일 보던 이들을 만나지 못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점점 고립되어가고, 외로움에 빠져든다.
자그마한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하찮은 일에도 예민하게 대응하게 되었다.
누구의 탓일까?
아마도 그것은 우리 스스로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서로를 의심하고, 두려워하는 이 시대에, 예술가들의 역할은 무엇일까?
우리의 본성을 찾게 하고, 사람간의 신뢰를 찾게 하고, 외로움을 달래주는 것 아닐까?
한 개의 희곡, 세 명의 연출가, 여섯 명의 배우가 한 무대에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2020년 3인3색 <현혹>”이라는 공연을 통해 그들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정재호, 송훈상, 권혁우, 이 세 명의 연출가는 오랫동안 연극 연출을 해오던 이들이다.
각각의 색깔과 느낌으로 긴 세월을 각자의 무대를 꾸미던 이들이 한 곳에 모였다.
개성강한 이들이 황대현 작가의 희곡 <현혹>을 다른 해석으로 한 무대에 올린다.
이미 지난 해 국제 2인극 페스티벌에서 정아미, 이윤정 두 배우 모두 우수 연기상을 수상했던 터라 작품의 수준은 짐작이 가긴 하지만,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것이 대단하게 여겨진다.
다른 이들과 비교되는 것이 싫거나, 차별화 할 자신이 부족할 수도 있는 현실에서 내공 깊은 연출가 세 명이 한 무대에서 어울리는 희한한 일은 일찍이 못본듯 하다.
이 세 명의 연출가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들은 ‘다름’을 이야기 하고 싶은 듯하다.
대충 보면 비슷하거나 동일하게 보이는 것들도 세세하게 나눠서 보면 다른 것이 많고, 다르다고 여겼던 것들이 결국 유사한 경우도 많이 있듯, 이들이 표현하는 무대도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할 것 같다.
지난해 초연 때, 노 수녀와 젊은 수녀의 구성으로 보여줬던 공연이 여-여 버전, 남-남 버전, 남-여 버전. 세 개의 다른 접근으로 젠더적 감수성도 풍부할거로 기대된다.
2020년 3인3색 <현혹>의 주최자인 예술공작소 몽상의 권혁우 대표는 2012년 극단 이래 <그 해 겨울> (2013년), <서릿빛 소녀> (2014년), <고린내> (2016)년, <현혹> (2019년) 등 심리를 깊이 있게 다룬 창작극을 주로 연출했고, 극단 촉 상임 연출, 청계인문극단 상임연출을 겸하고 있다.
인간 그리고 연민
인간이 인간을 만났다. / 오랜만에 만난다. / 인간이 변하였다. / 세상이 변하였다.
우린 그럼 인간에 대해서...
그러면 우리는 우선 인간이 변했다고 이야기 한다.
시간이 흘렀을 뿐이다.
세상보다는 인간이 바뀌었다고 얘기한다. / 그 세상을 바라본다.
현혹
그리고 그 인간을 다시 본다.
그는 이번 공연 <현혹>에 대한 소회를 시적으로 표현했다.
레드팀(연출 권혁우) 정아미 배우는 드라마, 영화, 연극을 넘나드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배우로, 한국연극배우협회 올해의 배우상, 월드2인극 페스티벌 연기상, 거창 국제연극제 연기대상 등 많은 수상경력이 있는 배우로,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풀어내는 배우이다.
레드팀의 젊은 수녀 역을 맡은 이윤정 배우는 <사랑해 엄마>, <비껴치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등 여러 작품에 출연했던 도도한 듯한 매력이 넘치는 배우이다.
공동주관 극단 RM의 송훈상 대표는 <분장실>, <블랙코메디>, <장씨일가>, <서교수의 양심> 등을 연출했으며, 이번 <현혹>에서는 노신부와 젊은 수녀로 설정하여 세대와 성별에 대한 감성까지 포함한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골드팀(연출 송훈상) 정욱은 방송과 영화에서는 익히 알려진 82세의 노배우로, 삶의 연륜만큼 깊이 있는 연기로 극중 노신부 역을 훌륭하게 표현해주고 있다. 부드러운 인상만큼 때론 털털하게,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처럼 강인한 에너지로 뿜어내는 그의 연기는 기대하기에 충분하다.
골드팀의 상대역 수녀역할에는 임은연 배우가 선택되었는데, 연극 <이구아나>로 춘천국제연극제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했고, 지난해 <카프카 변신>에서 독특하면서도 애정이 넘치는 역할로 호평을 들었던 만큼, 이번 <현혹>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함을 자아낸다.
블루팀을 맡은 극단 이구아구의 정재호 대표는 2019년 올해의 예술가상, 2018 춘천국제연극제 대상을 수상한 연출가로 (사)한국연출가협회 부이사장이기도 하다.
그는 2019년 <카프카 변신>을 통해 카프카 작품의 무대화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을 들었고, 극단 창단 이래 연출을 한 <이구아나>, <연어는 바다를 그리워하지 않는다> 등을 통해 인간 내면 깊숙한 곳을 잘 파헤치고 뿜어내는 연출가이다.
블루팀은 두 신부(神父)의 이야기로 표현하는데, 노신부 역의 서광재는 KBS 22기 성우 출신으로 본업이었던 목소리 출연 외에도 영화, 드라마, 연극,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때로는 중후한 연기를, 때로는 감초 같은 연기를 하는 팔색조 배우이다.
상대역의 젊은 신부는 신예 정형렬이 연기하는데, <이구아나>, <도착>, <어느날>, <기적의 소년> 등 여러 작품에 출연한 경력이 말해주듯 신예답지 않게 능숙한 연기와 세련된 무대매너가 돋보인다.
이번 “3인3색 <현혹>”을 만들어낸 황대현 작가는 화제작 <고린내>, <엄니인력 사람들>, <메시아의 탄생 – 지옥의 문이 열리다>, <하느님의 나라> 등 사회의 단면과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작품들을 썼으며, 무심한 듯 심오한 듯한 내용이 이 시대 관객들의 불안한 심리와 잘 맞는 부분이 느껴진다.
그는 “체계적 사고체제(이념, 종교 등)에 의해 선(善)이 발현하는가? 또 이념에 의해 인간이 다듬어져 완성되는 것인가? 아니면 본능을 선택적으로 묘사하며 기괴한 모습으로 인간을 왜곡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보고 느끼는 것은 각자의 몫이라는 뜻일까?
이번 공연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예술연극으로는 드물게 하루에 3회 공연을 한다.
그러나 영화처럼 똑같은 것을 반복하는 3회가 아니라, 골드, 레드, 블루팀이 매일 순서를 바꿔 차례대로 공연을 한다. 어찌 보면 3편의 다른 공연의 연속 상연일까?
한 편을 볼 수도 있고, 하루에 세 편을 모두 볼 수도 있겠지만, 하루에 모두 감상하는 것은 어쩌면 인내심에 대한 테스트일 수도 있다. 힘든 시기에 더 힘들게 하려는 것일까?
이 또한 지나갈 것이고, 극복될 게라는 믿음일 것이다.
“3인3색 <현혹>” 공연은 매 회차마다 객석 내 소독, 입장객 전원에 대한 문진 및 발열 체크, 전자방명록 작성을 하며 마스크 미착용자는 입장이 불가하다고 한다. 안전을 위해 210석의 객석 절반만 사용하는 등 방역지침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고 한다.
인터파크 티켓과 대학로티켓 닷컴에서만 예매가 가능하고, 잔여좌석에 대해 현장판매도 하니 개인위생에 주의하며 관람할 가치가 있어 보인다.
3인 3색 현혹은 2020년 7월 15일 ~ 7월 26일까지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3관에서 평일 오후 4시 반, 7시, 8시 반 3회, 주말은 3시, 4시 반, 6시 3회가 상영되고, 관람료는 2만원이다.
일일 3편을 모두 감상하는 경우 ‘일일패스(화이트 티켓)’은 할인가인 4만5천원이다.
주차공간은 없다 하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관람문의: 010-3663-7890 창작공간 스튜디오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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