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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려잡자 김일성, 쳐부수자 공산당, 무찌르자 괴뢰군!!! 강원도 철원군 DMZ 평화문화광장
때려잡자 김일성, 쳐부수자 공산당, 무찌르자 괴뢰군!!! 아침에 눈뜨면 입을 열자마자 외치던 구호다. 괴뢰군은 철천지 원수정도가 아니라 인간의 모습이 아닌 늑대나 마귀의 모습인줄 알고 있었다.
뽀얀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도착한 철원 어드메엔 철쭉꽃이 만발한 5월인데 함박눈이 펑펑 쏟아져 살벌하기 짝이 없었다. 돌개바람에 희뿌연 먼지가 하늘높이 솟아오르고 북한군의 대남방송이 쩌렁쩌렁 들판을 가로질러 귓등을 두들겼다. 겨울이면 영하30도를 밑돌아 물에 손이 닿으면 전기가 통하듯 따끔했다.
우리부대는 목욕탕이 없어 한겨울 동안 1~2회의 목욕을 수km 떨어진 공병대로 찾아가야만 되었다. 비누와 수건을 ‘옆에 총!’처럼 옆구리에 꼬나들고 90도로 팔을 흔들며 행군중대로 열을 맞춰 비포장도로를 두 어 시간 걸었던 기억이다.
드디어 도착하여 발가벗고 탕 주변을 빙 둘러 서면 탕 안에 공병대 병사 두 명이 깡통을 들고 들어가 사방으로 물을 끼얹는다. 물세례를 맞으면 다행이고 못 맞아도 할 수 없다.
우리 부대의 안 하는 것만 못한 목욕 장면이었다.
부대의 탄약고 주변에 금 굴이 있었는데 오래전에 금을 캐던 광산이었다고 한다. 굉장히 위험한 인공 동굴이었는데 호기심에 꼭 들어 가 보고 싶었다. 겨울이면 황금박쥐들이 다닥다닥 붙어 겨울잠을 자곤 했다. 징그럽게 생긴 그 동물을 한주머니씩 따다가 희생을 시키곤 했다. (시간 내어 이 금굴을 한번 찾아보고 싶다.)
2월16일, 일사 김경선 작가를 비롯하여 두루미 전문 작가들이 강원도 철원군 DMZ 평화문화광장에서 두루미 사진전을 연다고 초대해 가보려 했지만 내 작고 어눌한 차론 엄두가 안 난다.
결국 강기석 작가(한국 기독교사진가회 전회장)께서 나 때문에 부러 긴 여행을 하시기로 했단다. 아침부터 그의 차를 타고 달리다 보니 문혜리에 다다른다. 문혜리에서 시골길을 달리니 내대리였다.
어어어~~ 이곳은?
군대 시절을 거의 다 보낸 바로 그 곳이었다. 무심코 묻어온 곳이 바로 그곳이라니..... 40여년도 더된 오래된 기억이 어제처럼 생생하다.
문혜리는 우리 연대본부가 있었고 내대리는 7중대 소속인 필자가 조지좆뱅이치며 때려잡자 김일성, 쳐부수자 공산당, 무찌르자 괴뢰군!!!으로 핏대를 세우던 곳이다. 동막리 양지리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십자가가 가장 크다고 성탄절이 가까우면 반드시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리던 그 교회, 필승교회의 지하벙커엔 나의 방이 있었다. 제2 땅굴은 그 시절 우리부관이 수색대 팀장을 하며 발견하여 그는 을지무공훈장도 받았었지...
‘3보이상구보’ 란 땅개(보병)의 구호에 맞춰 이 일대를 뛰어 다니느라 발톱이 두어개나 빠지는 고통도 받았었지. 흐흐 전역 후 그 쪽 방향으론 오줌도 안 눌테다. 라며 잊은 지 어언 40여년
격세지감!
사진작가들이 두루미 촬영한다고 겨우내 드나든 곳이 바로 이 지역일 줄이야, 동막리 양지리 토교저수지는 과거엔 민간인이 들어오면 수하(암구호)없이 사살 당하던 곳이다. 최전방 GOP 근무시엔 아예 암구호를 전달받지 않았고 계급과 명찰도 달지 않았으며 선조치 후보고령에 의하여 움직이는 것은 총으로 쏘고 보는 곳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거의 모든 길이 포장되었고 양지마을에서 민박도 가능하고 군의 통제도 받지 않고 출입은 물론 새벽촬영도 가능하다니 세상 참 많이 달라진 것 같다.
특히 올 연말까지 두루미 사진전이 열리는 DMZ 평화문화광장이 기차가 쓰러진 채로 방치되어 있는 월정리 역이라니..... 역 주변의 팻말에 청성부대 운운하는 것을 보니 아직 우리부대가 이 지역을 사수하고 있는가보다.
http://www.koreaarttv.com/detail.php?number=49333&thread=24r02
돌아오는 길엔 이영규 기자(채널A 객원)의 차에 카플을 하였는데 그가 두루미들이 즐겨 노니는 들판으로 차를 몰고 다니며 안내를 해주어 그 옛날 내가 흘린 땀 냄새를 다시금 흠뻑 맡을 수 있었다. 곳곳에 두루미들이 많이 노닐고 있었지만 나의 짧은 렌즈로는 택도 없었고 차에서 내릴 짬도 없었다. 하늘엔 독수리가 떼 지어 빙빙 돌고 있다. 금단의 그 땅들이 아지랑이에 음영을 드리워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워 차창 밖으로 몇 컷 셔터를 눌러 본다.
전시회 덕에 철의 삼각지 통제지역을 돌아다니다 드디어 군의 위수지역을 벗어나니 바로 유명한 철원노동당사였다. 이 폐건물엔 필자가 근 한달동안 기거를 하였는데 그 시절엔 옥상에 수초와 방개 같은 수생동물들이 서식할 정도로 물이 고여 있었다. 지하엔 귀신이 울어대어 병사들이 무서워하여 결국 기총소사를 하였고 그래도 그 소리가 멈추지 않아 결국 메우게 되었다.
지하를 메운 탓인지 필자의 귀는 한 번도 귀신소리는 감지해 내지 못했다. 다만 밤마다 깔따귀들 때문에 밤새 고통을 받았고 특히 야밤에 똥이라도 마려우면 엉덩이가 딸기처럼 부풀어 오르곤 했다. 당시 적의 탱크저지선인 방벽 공사 때문에 이곳에 기거를 하였는데 매일 무거운 돌덩이를 짚으로 만든 망태에 지고 올라 방벽을 쌓았다. 당시에 청성부대는 이 방벽 공사 외에도 수없이 많은 벙커 공사에 동원되어 6사단이란 명칭보다는 삽사단이란 별칭으로 불리곤 했다.
남들보다 군 생활도 수개월 더 했는데 하필이면 제대말년에 ‘818 도끼만행’ 사건이 나며 제대특명이 무한 연기되었던 것이었다.
데프콘2!
준 전쟁 상황시 발발되던 경계강화령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선전포고로 우리기갑부대가 휴전선까지 밀고 올라왔고, 적의 기갑부대도 밀고 내려와 양측의 탱크들이 가랑가랑 소리를 내며 첨예하게 대립하였다.
모든 초소는 A형(밤새워 경계근무를 서는 보초)보초를 세웠고 여분의 병력이 없어 제대말년에 그 무거운 탄통을 메고 칠흑같이(전기가 없이 남폿불을 사용)어두운 고지의 초소마다 실탄 배달에 동원되었었다.
일촉즉발 위기의 순간
육체가 파김치가 되도록 힘들었고 포탄이 곧 날아들 것 같이 전운이 감도는데 필자는 휘파람을 불었던 것 같다.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한바탕 서로 총질을 해댈 수 있다는 상상에 신이 났던 것이다. 결과는 중대장에게 한바가지가 넘는 욕을 먹고 말았지만....
“뭐가 신이 나서 휘파람이야? 미쳤나?”
그러나 이제는 민통선의 대폭후퇴로 동막리 양지리의 개방과 살벌하던 통제로 곧 전쟁이 날 것같이 조마조마 하던 그 느낌보다는 평화로운 느낌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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