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빛담-경기 아카이브 사진연구회의 여주•이천 전시회
이천아트홀: 2018. 10. 09—10. 14
강천보 한강문화원: 2018. 10. 25—10.31
빛담 전시 목적
사진가 단체인 '빛담'은 2013년부터 급변하는 우리나라를 기록하고 정리 보관해야 하는 필요성에 공감하는 사진가들이 모여서 해마다 시, 군을 지정하고 그 지역을 주제별로 세분화하여 1인이 한 개의 주제로 사진작업을 한 후 매해 기록한 지역과 서울에서 전시, 출판하는 일을 해왔다.
'빛담'이 경기도 지역에서부터 사진작업을 시작한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경기도가 가장 많이 변하고 있는 지역임을 인지하고 이를 하루 빨리 기록해야겠다는 의견의 합의를 보았다. 2013년에 경기도 화성, 2014년에 파주, 2015년 성남, 2016 남양주, 2016-2017 안산, 2017-2018 여주•이천을 기록하였고. 2018-2019 부천•시흥•광명을 작업 할 계획이다. 각 시•군의 지역인과 지역의 특색을 담고 있는 풍경, 환경을 담아 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재를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고, 2017-2018에는 경기도 여주•이천의 작업을 하였고 이를 재편집하고 분류하여 전시하고자 한다.
빛담 전시 내용
같은 행위와 그에 대한 결과가 반복되어 어떠한 개인의 취향과 결합돼 현실에 축적되다 보면, 무엇을 바라보고, 어떠한 틀을 만들고, 얼마큼의 거리를 정하고, 또 어떻게 보여주는가 하는 수많은 선택에 대해서 그 진실함과 당위성을 스스로 혹은 누군가에 의해 질문되어 질 때가 있다. 사진가의 “바라봄”은 사실을 알려주기도 하지만 불확실한 잔상도 그려내기에, 사진의 진실함을 묻는 물음은 언제나 남다른 사려가 필요하다.
이번 전시는 길과 시간, 폐허와 아름다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질서와 새로운 리듬의 네 가지로 분류하여 사진가 각자의 시선으로 여주와 이천의 여러 장소에 가까이 다가가서 대상을 바라보고 분석하여 재편집하는 작업을 시도하였고 이를 전시하고자 한다.
참여작가
김승희, 김은경, 박교현, 백형실, 석정, 심선아, 안한식, 윤재경, 이광순, 이상임, 임수식, 정숙희, 최옥윤, 한기애, 한정애, 황영주 16 명
전시와 사진집 출판 경력
- 전시
2018년 10월 경기 이천 아트홀, 여주 강천보 한강문화원에서 <여주•이천―경기아카이브 Projcet>
2017년 10월 경기 안산 단원미술관둘레길에서 <안산―경기아카이브 Project>
2017년 03월 경기 남양주아트센터에서 <남양주―경기아카이브 Project>
2016년 01월 경기 성남아트센터에서 <성남―빛담 Project 2015 Eihibition>
2014년 10월 경기 파주 교하아트센터에서 <파주―빛담 Project 2014 Eihibition>
2013년 11월 경기 화성 You&I Center, 메타폴리스, 병점역사에서 <화성―빛담 Project 2013 Eihibition>
- 사진집 출판
2018년 <여주•이천―경기아카이브 Project 2017-2018>
2017년 <안산―경기아카이브 Project 2016-2017>
2016년 <남양주―경기아카이브 Project 2016>
2015년 <성남―빛담 Project 2015>
2014년 <파주―빛담 Project2014>
2013년 <화성―빛담 Project 2013>
비평가의 글
바라봄을 통한 알려줌과 그려줌
빛담-경기아카이브사진연구회
프로젝트2017-2018: 여주‧이천
안소연, 미술비평가
0. 사진(가)의 진실함
사진이 기록하는 것의 진실함은, 어쩌면 대상을 바라보면서 그것을 “작은 구멍(sténopé)”을 통해 하나의 이미지로 형상화하려는 사람의 내밀한 경험 안에 들어 있기 때문에 쉽게 드러날 수 없는 건지도 모른다. 사진은 무엇인가를 기록하지만, 누군가의 “바라봄”이라는 자기 경험에 따라 드러나는 것이므로 그 경험을 렌즈로 포착한 한 개인의 선택이 진실한가 그렇지 않은가는 때때로 굉장히 무의미한 조건처럼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한가에 대한 물음이 사진에는 항상 꼬리표처럼 달려 있고 그것은 고스란히 대상과 마주하여 사진을 찍은 이에게 돌아가 그 선택과 행위가 진실했는가를 되묻게 한다.
오랜 기간 동안 해마다 한 지역을 선택해 그곳의 인상을 사진으로 기록해 온 빛담-경기아카이브사진연구회는 이러한 물음이 각자에게 맡겨진 하나의 무거운 과제처럼 여겨질 때가 된 것 같다. 2013년 경기도 화성에 대한 사진 기록을 시작으로 이번 여주‧이천 프로젝트가 벌써 여섯 번째다.
같은 행위와 그에 대한 결과가 반복되어 어떠한 개인의 취향과 결합돼 현실에 축적되다 보면, 무엇을 바라보고, 어떠한 틀을 만들고, 얼마큼의 거리를 정하고, 또 어떻게 보여주는가 하는 수많은 선택에 대해서 그 진실함과 당위성을 스스로 혹은 누군가에 의해 질문되어 질 때가 있다. 사진가의 “바라봄”은 사실을 알려주기도 하지만 불확실한 잔상도 그려내기에, 사진의 진실함을 묻는 물음은 언제나 남다른 사려가 필요하다. 하여, 이번 여주‧이천에 대한 기록 사진들을 보는 한 사람의 구경꾼으로서의 나는, 사진의 이미지들에 가까이 다가가 대상을 바라보고 있던 사진가의 눈을 다시 상상해 보기로 한다.
1. 길과 시간
박교현은 여주의 오래된 마을(里) 골목어귀에 서서 골목 깊숙이 시선을 두고 사진을 찍었다. 작은 길을 따라 단층의 오래된 집들이 비슷비슷하게 자리 잡고, 야트막한 담벼락과 지붕을 서로 내어주며 또 서로 기대어서는 소박한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어쩌면 한때 저 담벼락 사이를 드나들던 사람들의 오랜 걸음이 쌓이고 쌓여 오밀조밀한 길의 생김새를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른다. 사진에는 길을 감싸고 켜켜이 쌓인 빛 바랜 시간의 흔적들이 여태의 풍경을 이루고 있다. 반면 김은경은 여강(남한강)을 따라 놓인 길들을 사진에 담았다. 나루터로 가는 길, 장터로 가는 길, 세 물줄기가 만나는 길 등 한 길의 끝에는 사람이며 물이며 사방에서 모여들어 금세 북적북적한 장소가 된다. 그런데 김은경의 사진에는 그 길 끝에 어딘가 모를 적막감이 강하게 배어 있다. 길은 종종 끊어져 있고, 무언가로 막혀 있고, 흔적도 없이 지워져 있다. 길 위의 시간들을 임의로 가로지르는 개발의 흔적과 인위적인 개입이 길 위의 만남을 불가능함으로 이끈 것이다.
김승희는 여주‧이천 마을 어귀의 정자나무에 주목했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 모르는 한 그루의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 마을 사람들이 오며 가며 잠시 머무는 소박한 거처가 있다. 마을 사람들의 오랜 시간 속에 함께 머물면서 서서히 자라나 제 몸집을 키운 정자나무는, 한 장소에 축적되어 있는 시간의 테처럼 삶의 작은 역사를 함의하는 표상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침수로 마을이 한꺼번에 사라졌다가 복구된 신원3리를 찾아간 석정은 마을 안으로 들어가 그 마을공동체의 현재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석정은 마을회관에서 보관하고 있는 마을사람들의 소소한 옛 문서기록을 살피면서, 언젠가 또 다시 과거가 되어 그것과 나란히 놓일만한 현재의 모습을 꾸밈없이 담아낼 사진을 생각한 듯 시선이 현재의 한 순간에 밀착돼 있다.
2. 폐허와 아름다움
백형실의 사진에는 일련의 풍경을 사진이라는 제한된 테두리에 담아내기 위한 감각적인 시선이 강하게 묻어있다. 여주 파사성의 거대하고 웅장한 풍경을 밀착된 시선으로 바짝 다가가 하나의 추상적인 화면으로 전환시켜 놓은 백형실의 사진은, 현재의 시공간 속에서 역사적인 장소가 과거를 봉인한 채 폐허로 존재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추상적이면서 표면적인 조형성이, 과거의 시간이 현재로 드러나는 감각의 전환을 단적으로 환기시킨다. 이상임의 사진 속 폐허도 마찬가지다. 주인이 떠난 마을의 빈집은 누군가가 남긴 삶의 흔적도 모두 봉인해 버린 채 이제 고립된 폐허로만 존재한다. 죽음만큼이나 강렬하게 현재의 시간에 작동하고 있는 폐허와 부재의 강박적인 아름다움은, 어쩌면 현실을 초월해 버린 우리의 추상적인 감각과 맞닿아 낯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지도 모른다.
한기애는 폐교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인적이 끊긴, 그러면서 시간이 정지돼 버린 교정은 수목과 수풀에 뒤덮여 그 역동성을 잃고 화석화되어 가고 있었다. 폐교 사진은 두 개의 이질적인 것들, 즉 현재와 과거, 움직임과 정지, 삶(자연/식물)과 죽음(폐교)의 충동 등이 뒤엉킨 전형적인 폐허의 이중의식을 숨김없이 나타내 보여주고 있다. 최옥윤은 운영을 중단한 터미널을 찾아가 그 안팎을 카메라로 조심스럽게 살폈다. 그리고 터미널에 기생하여 터를 만들어 온 인근의 미용실이며, 모텔, 다방까지 같은 시선으로 다가갔다. 마치 매점을 운영했던 노인의 죽음이 터미널의 폐점과 나란히 병치되는 것처럼, 한 사람의 죽음처럼 현실에서의 기능이 사라진 장소의 죽음은 곧 폐허의 시작을 알린다. 한편 심선아는 대형 아울렛의 등장으로 너무 빨리 사망선고가 내려진 채 방치되어 있는 (새로운 대형) 아울렛 옆의 (기존의 소형) 아울렛 건물 외관을 관찰했다. 창과 외벽에 개장‧개업을 약속한 현수막들을 여전히 걸어둔 채 끝내 현재의 시간에 당도하지 못한 실패한 계획은, 생각한 것보다 빨리 직면한 폐허의 풍경 속에서 스스로의 죽음(부재)에 대한 충동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3.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윤재경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복하천과 남한강의 풍경을 각각의 물줄기를 따라 이동하며 사진에 담았다. 하천과 강이 이루고 있는 현장의 풍경은 서로 다른 스케일을 보이면서도, 하나의 짝을 이루듯 같은 크기의 프레임으로 기록된 각각의 사진에서는 관찰자에 의해 발견된 서로의 “닮음”을 조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는 물의 순환과 더불어 자연의 순환 과정 속에서 반복되는 풍경의 잔상들을 상기시킨다. 황영주는 경강선을 타고 빠르게 개발되는 바깥 풍경을 사진으로 포착했다. 황영주는 풍경에 고정되듯 붙박여 있는 익숙한 자연 경관들 위로 강렬한 변화의 형상들이 이질적인 요소들로 풍경에 개입되어 있음을 알아챘다. 그리고 그의 시선을 빠르게 이동시키고 있는 철도가 이 느린 풍경에 새롭게 개입하게 됨으로써, 변화의 속도가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 또한 암시하고 있다.
한정애는 지역의 작은 박물관들을 찾아 그 외관을 파노라마 사진으로 기록했다. 그 내부를 완전하게 봉쇄한 일종의 가림막처럼 납작하게 펼쳐 보인 박물관 건물의 외관 사진은, 아이러니하게도 박물관 수집품의 클리셰마저 환기시키면서 과도하게 작위적인 시선의 전형성을 가리킨다. 이광순은 여주의 대형 아울렛에서 즐비하게 늘어선 매장들 사이로 빠르게 이동하는 사람들의 속도를 카메라에 담았다. 15분 남짓 하는 카메라 장노출을 통해, 사진은 카메라가 풍경을 바라봤던 실제의 시간 속에 움직이는 형상들을 모조리 가두어 버렸다. 그 결과, 사진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고, 다만 15분이라는 시간의 속도가 모든 움직이는 형상들의 궤적을 증명하고 있다.
4. 질서와 새로운 리듬
임수식의 사진은 이천 일대의 도시화 경향을 기록하고 있다. 산업의 변화와 도시화의 전략이 제시해온 새로운 질서에 맞춰 개인들의 생활 또한 유기적인 변화를 겪으면서, 이 도시는 현재의 새로운 리듬을 만들어냈다. 거대한 수직의 움직임과 채도 없는 회색의 풍경이 오래된 작고 소소한 웅성거림을 묻어두고, 익숙한 도시의 크고 보편적인 리듬을 구축하고 있다. 정숙희는 이천의 전통시장을 찾아 그 내부의 풍경을 기록했다. 카메라를 통해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굉장히 밀착되어 있어 어떤 일정한 규칙과 질서를 찾아낸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전통시장이 지루하게 반복되는 외피만 남기고 내부의 모습을 잃어가는 것처럼 다가갈수록 이미지의 허상들만 줄 세우고 있는 현실의 빈약한 풍경이 시선에 감지된다. 안한식은 여주‧이천 일대 도예 명장들의 초상을 기록했다. 지역의 전통을 계승해서 현재로 잇고 있는 명장들의 얼굴을 마치 그들이 빚어낸 전통 정면으로 응시한 사진들은, 오랜 반복의 훈련 과정에서 그들의 몸에 각인된 무형의 가치를 낱낱이 들여다보게 한다.
이처럼, 열여섯 명의 사진가들은 여주‧이천에 대한 자기만의 시선을 기록했다. 그것은 단지 한 장소에 대한 보편적이고 역사적인 시선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 사람의 내부에만 존재하는 완전히 은폐된 것도 아니다. 이들의 시선은, 대상에 대한 오랜 “바라봄”을 통해 그 안팎에 축적돼 있는 여러 의문들에 다가가 살피고 또 그 너머를 상상한다. 그것이 바르트 (Roland Barthes)가 사유했던, 사진의 시선에 잠재되어 있는 “알려줌”과 “그려줌”의 양가적인 공존일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