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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희 사진전 ‘Window 2' 인사아트센터
사진가 김승희 개인전 ‘Window 2'가 인사아트센터 2층 전시관에서 9월26일부터 10월1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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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티에서 마그리트까지 그리고 김승희의 <Window>
최봉림 CHOI Bong Lim (사진비평가, 작가)
알베르티(Leon Battista Alberti, 1404–1472)의『회화론De Pictura』(1435)은 미술 아카데미즘에 도전한 인상주의 회화 이전까지 서구 회화사를 음으로 양으로 지배한 저서다. 그는 여기에서 회화를 ‘열린 창aperta fenestra’에 비유한다. “나는 우선 그림을 그릴 평면 위에 원하는 크기의 직각으로 이뤄진 사변형을 그린다. 이것은 나에게 열린 창이며, 이 창을 통해 우리는 이야기를 담은 장면historia을 바라볼 수 있다.” 회화가 성경, 그리스로마 신화, 혹은 역사적 사건의 이야기를 투명하게 보여주는 ‘열린 창’이라면, ‘직각으로 이뤄진 4변형’은 회화의 필수 장치device인 프레임일 것이다. 이 사각 프레임 속에서 화가는 그림의 주제를 결정짓고 구획하며, 관객은 액자와 맞닿는 이 사변형 속에서 주변 현실과 구분되는 회화적 현실을 바라보게 된다.
알베르티에 따르면, 이 ‘열린 창’ 속에서 ‘회화의 기적miracula picturae’이 일어난다. 관객은 실재하는 현실reality은 물론이고 현상세계 너머에 있는 실체적 현실Reality, 즉 이데아Idea의 진실을 찬탄의 눈으로 바라본다. 이 회화의 대상들이 지상에서 사라진 후에도 ‘열린 창’을 통해 그것들을 생생하게 바라본다. 이 경이로운 세계는 진실하고 선하며 아름답다. 일탈적 현실, 파격의 자연, 어긋난 실체의 재현은 알베르티가 설파하는 회화의 세계가 아니다. ‘열린 창’의 세계는 틀어질 수 없으며, 어긋날 수 없으며, 불안정할 수 없다. 사각 프레임 속에서 언제나 정합적이며 조화롭다. 경건한 신앙의 세계처럼 중심은 확고하며 이야기를 담은 장면은 빈틈이 없고 완전하다. (도판1)
19세기와 더불어 알베르티가 말한 ‘회화의 기적’은 이울기 시작한다. 회화의 재현은 육안의 한계도 드러냈고, 실증주의적 사고는 성경과 그리스로마 신화 이야기를 허구로 치부했다. 반면 1839년에 발명이 공표된 ‘사진의 기적’은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멀리 있는 것이나 빨리 움직이는 동작 그리고 신체내부를 경이롭게 보여줬다. 일체의 현실을 제대로 기록하고 기억하기 위해서는 사진의 재현이 뒤따라야 한다고 사람들은 믿었고, 사진을 육안의 오류와 인식의 착각을 교정시켜주는 ‘진정한 학자의 망막’으로 간주했다. ‘회화의 기적’은 그 권위를 상당 부분 사진에 양도했다. 이제 회화는 완전성을 상실하고 중심을 잃어버리며 불안정해진다. ‘직각으로 이뤄진 사변형’은 잘려나간 주변과 산만하고 공허한 중심을 강조할 뿐이다. (도판2)
20세기가 진행되면서 거의 대부분의 회화는 일상적 현실과 실체적 현실을 향해 ‘열린 창’이기를 포기한다. 세계는 자신의 실체를 거짓 외관으로 겹겹이 포장하기 때문에, ‘열린 창’을 통해 본 것은 은폐된, 엄폐된 현실일 뿐이다. 그 현실은 오히려 진실을 가장한 외관일 뿐이다.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 1898-1967)의 <인간 조건>은 알베르티의 ‘열린 창’의 개념이 시효를 상실했음을 넌지시 그러나 예리하게 드러낸다. (도판3) 창문 밖 풍경을 ‘열린 창’처럼 보여주는 캔버스 그림은 한편으로는 풍경의 일부분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실제 풍경을 가린다. 다시 말해 ‘열린 창’을 모방하는 회화는 사실일 수도 있지만 거짓일 수도 있다. 사실이라 해도 ‘열린 창’처럼 투명하고 어긋남이 없는 재현일 수는 없다. 좌측 커튼 속으로 침입한 캔버스의 세로선과 침입한 만큼 드러난 우측의 캔버스 여백은 ‘회화의 기적’이 속임수는 아닐지라도 왜곡임을 보여준다.
실제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 없는 회화의 한계는 사진과 함께 명백해졌다. 그리고 현대사회의 즉시성과 복제성에 대한 요구는 더디게 그것도 단 한 장밖에 그릴 수 없는 회화로 하여금 ‘열린 창’의 역할을 포기하도록 만들었다. 이제 세계를 향해 ‘열린 창’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어둑한 내면의 창도 회화가 아니라 현실을 즉각적이고 완벽하게 다량으로 복제하는 사진이 되었다. 현대인은 사진이라는 ‘열린 창’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고 이해하며, 사진이라는 내면의 창을 통해 자신을 응시하고 표현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화에 대한 사진의 광범위한 대체가 완전한 것은 결코 아니다. 사진은 ‘과학과 예술의 시녀로 되돌아와야 한다’는 보들레르(Ch. Baudelaire, 1821– 1867)의 바람을 거슬러 어느덧 현대 미술의 주요 매체와 장르로 자리 잡은 후 회화의 영역을 잠식했지만, 회화는 여전히 미술의 대표 장르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김승희의〈Window〉는 회화를 불완전하게 대체한 사진과 이 두 매체의 심상치 않은 공존을 작업의 주제로 삼는다. 그것은 알베르티가 상찬했던 ‘모든 미술의 스승’의 지위는 잃었지만 여전히 노익장을 과시하는 회화와 계속해서 부고장을 회화 앞으로 보내는 사진의 불편한 동거를 파격적으로 연출하는 작업이다.
김승희의 <Window>에서 회화의 환유는 ‘직각으로 이뤄진 사변형’ 즉 캔버스 프레임이다. 작가는 캔버스 프레임의 회화성을 강조하기 위해 회화의 안료인 아크릴로 프레임을 칠했다. 그리고 이 모노크롬 격자 위에 작가는 ‘회화’의 은유였던 ‘열린 창’을 찍은 사진을 덧붙였다. 그런데 여기에서 가장 눈에 띄는 양상은 알베르티의 ‘열린 창’에 해당하는 창문 사진들이 캔버스 프레임에 가지런히 안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회화의 격자 틀 밖으로, 그것도 불규칙적으로 비켜나온다는 점이다. 드가(E. Degas, 1834–1917)는 물론이고 마그리트까지도 ‘열린 창’의 프레임을 거스르는 일은 없었다. ‘열린 창’의 대상이 아무리 산만하고 실제와 어긋난다 해도 사각 프레임 내에 얌전하게 들어앉았다. 반면 김승희의 <Window>에서는 어떠한 창문도 ‘직각으로 이뤄진 사변형’에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다/않는다. 좌측, 우측 혹은 양쪽이 비어 있거나, 위쪽 혹은 아래쪽으로 쏠려있거나, 대각선으로 비켜나간다. 그렇다면 이 단색 캔버스 프레임과 창문 사진의 불일치, 이 이종교배hybridization의 어긋남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김승희의 캔버스 프레임과 사진의 일탈적 디스플레이는 무엇보다도 회화의 유일무이성uniqueness과 사진의 기술 복제성, 회화의 충만한 지속성과 사진의 즉시성이 빚어낸 대립과 갈등의 결과이다. 아울러 단색 캔버스 프레임에 잔존하는 회화의 아우라Aura가 ‘열린 창’의 거의 모든 역할을 잠식해버린 사진을 밀어내려는 자성magnetism을 띤 저항 때문이기도 하다. 회화의 마지막 보루인 캔버스 프레임과 사진의 충돌이 ‘직각으로 이뤄진 사변형’ 속에서 반듯하게 열려야 할 창문을 비스듬히 어긋나게 혹은 마구잡이로 열리게 한 것이다.
사진의 방약무인한 침입과 회화의 마지막 저항을 부추기는 작가의 방임주의는 의심할 여지없이 아방가르드 미학강령에서 그 자양분을 길었다. 랭보(A. Rimbaud, 1854–1891)는 산문시 <지옥에서 보낸 한 철>(1873)에서 이렇게 외쳤다. “절대적으로 현대적이어야 한다.” 브레히트(B. Brecht, 1898–1956)는 발터 벤야민(W. Benjamin, 1892–1940)과의 1938년 8월 25일 대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좋은 옛날 것 위에 건설하지 말고 나쁜 새로운 것 위에 건설하라.” 김승희는 이들의 충고에 힘입어 자칫 빠지기 쉬운 옛것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완전히 떨궈냈다. 캔버스 프레임이 회화에 잔존하는 아우라로 의기양양한 사진에 저항할 때조차도 작가는 쇠약해진 회화에 대한 연민에 사로잡히는 법이 없다. 오히려 작가는 ‘좋은 옛 것’에 대한 ‘나쁜 새로운 것’의 일방적 우세가 연출하는 파격적 프레이밍을 랭보의 ‘자유로운 자유’로서 만끽하는 듯하다. 왜냐하면 작가는 <Window>의 삐딱한 형태, 그 엇나간 구도를 통해 한편으로는 회화적 인간의 세계관과 내면성을 상실한 사진적 인간의 경박함을 말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회화적 인간과 다르게 캔버스 프레임을 겁 없이 넘어서고 그 프레임의 구속을 거부하는 사진적 인간의 자유를 긍정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자유에 대한 지지가 <Window>의 공간을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하게 만든다. 그리고 <Window>의 공간은 자유로운 일탈이 이 시대의 미학적 패러다임임을 다시 한 번 확인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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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dow
작가 노트
김 승 희
내가 창문을 사진 찍기 시작한 건 8년 전이다. 처음에는 예쁜 창에 끌렸던 것 같다. 조금 지나서는 창문 주인이 꾸민 개성적인 오브제들에 흥미를 느꼈다. 그리고 언제인가부터는 주인이 집을 떠났거나 혼자 사는 사람들의 창문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Window> 작업은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집 창문들을 일종의 초상처럼 찍는 사진작업으로 시작했다. 나는 정면에서 창문들을 응시했고, 그것들을 집 전체를 요약하는 상징으로, 더 나아가 집주인의 얼굴로 바라보았다. 다양한 창문의 형상과 색, 그것들의 여러 흥미로운 장식들에서 서로 다른 삶의 양태들을 해독하려 했고, 거기에서 가난과 부유함, 고독과 단란함, 소탈함과 과시의 욕망을 읽으려 했다.
<Window> 작업은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다. 우선 디지털사진 파일은 약 4종류의 크기로 프린트되었다. 크기를 결정한 것은 사진 찍을 때의 직관적 느낌과 전시성의 고려였다. 아이의 방처럼 느껴지면 소형 프린트를 지향했고, 여러 식구들이 사는 가정의 창문이라 생각되면 대형 프린트를 고려했다. 그리고 독신 혹은 노인이 사는 집 같으면 중형 프린트를 고려했다. 그러나 전시장에서의 비주얼 효과의 모색이 프린트 크기를 결정한 주 요소였다. 이렇게 프린트된 사진이미지는 회화용 캔버스 프레임 위에 여백을 노출하면서 때로는 프레임과 수직, 수평을 유지했고, 때로는 사각 프레임과 어긋나는 방향으로 고정되었다.
회화용 캔버스 프레임 색은 창문 사진이미지 전반을 지배하는 색상을 고려하면서 결정되었다. 프레임의 채색은 칠 작업이 용이하고 필요한 경우 다른 색상으로 쉽게 바꿀 수 있는 아크릴 물감을 사용했다. 여러 번의 칠이 끝나면 사진 프린트를 올려보면서 프레임의 색상을 확정했고, 프린트의 고정위치를 숙고했다. 프레임의 색상과 프린트의 위치와 방향이 결정되면 3M 찍찍이 테이프를 캔버스 프레임과 사진 프린트 뒷면에 붙인 후 이 이질적인 두 요소를 결합시켰다,
<Window> 작업은 실제 현실 공간을 객관적으로 기록하는 사진이미지와 추상 혹은 현실 공간이 다소 주관적으로 변형된 회화를 담는 캔버스 프레임를 때로는 기이하게, 때로는 적절하게 결합시키는 작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모리츠 코르넬리스 에셔(Moritz Cornelis Escher, 1898-1972)의 <시간과공간, 풍경과정물>일상에서 마주하는 공간과대상을 형태들의 조합이 서로 연결되면서 또 하나의 이미지가 되듯이, <Window> 작업은 사진이라는 이미지와 채색된 회화의 프레임이 서로 어긋나게 결합하면서 사진도 회화도 아닌 새로운 이미지로 변형되기를 희망했다. 혹은 사진이면서 회화적인 제3의 이미지로 변모하기를 기대했다. 마치 Microsoft의 ‘Window' 화면 속에서 실제 현실과 가상현실, 실재의 이미지와 허구의 이미지가 때로는 기이하게 때로는 적절하게 결합하면서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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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승 희 Kim Seoung Hee
E-mail shh090@hanmail.net
학 력 ·홍익대학교 디자인콘텐츠대학원 사진디자인 석사
·인천가톨릭 대학교 회화과 학사
개인전 2018. 9 · <window II>, 갤러리 인사아트
2018. 6 ·《Window》, 피랑갤러리, 파주 헤이리
그룹전
2018 《Photo May 2018》, 홍익대학교현대미술관, 서울
2017 《한국현대미술 뉴욕아트페스티벌2017》,Tenri Cultural Institute of New York, New York
《Post Photo 2017》, 토포하우스, 서울
2016 《Across the Arts and Arts》, Bbictabo Gallery, Saint Petersburg
《Post Photo 2016 》, 홍익대학교현대미술관, 서울
2015 《Soft Power & Art》, Fukuoka Orinasu, Yame
한국 몽골 수교25주년 기념전《Solongos》, Hannu Mall Gallery, Ulan B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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