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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01월18일 13시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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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여행전문가 이생진 시집 <맹골도>

세월호의 슬픔을 詩, 畵로 다시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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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여행전문가 이생진 시집
<맹골도>

세월호의 슬픔을 , 로 다시 그리다

섬여행전문가 이생진 시인이 최근 또 다시 섬 시집 <맹골도>를 펴냈다. 세월호의 참사가 빚은 슬픔을 그려낸 시집이다. 이생진 시인은 한국 최고의 섬 시인이다. 아니, 전세계적으로도 이생진 시인만큼 많은 섬을 여행했고, 그 섬들을 일일이 시로 쓴 시인이 또 있을까?

1955년부터 시집을 펴내기 시작해 <현대문학>을 통해 김현승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한 후 지금까지 33권의 시집과 여러 권의 수필집을 펴냈으며, 우리나라 섬의 전경과 섬사람들의 뿌리 깊은 애환을 담은 시를 주로 써오고 있다. 특히 1978년에 처음 펴낸 시집 <그리운 바다 성산포>는 수십 년째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스테디셀러로 다양한 계층의 독자들에게 지금까지 읽히고 있다. 1996<먼 섬에 가고 싶다>로 윤동주문학상, 2002<혼자 사는 어머니>로 상화尙火시인상을 수상했다. 2001년 제주자치도 명예도민이 되었고, 2009년 성산포 오정개 해안에 그리운 바다 성산포시비공원이 만들어졌다.

2012년에는 신안군 명예군민으로 추대받기도 했다. 신안군은 우리나라에서 섬을 가장 많이 가진 지자체이다. 무려 1004개에 이른다. 그만큼 섬과 바다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는 세월호 참사가 누구보다도 더욱 뼈 아픈 슬픔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배가 가라앉는다

전깃불이 꺼지고

스며드는 물에 지훈이의 바지가 젖는다

지훈이를 살려낼 사람은 할머니 뿐

하지만 할머니는 수화기를 떨어뜨린 채

어쩔 줄 모르신다

이 무슨 생벼락이냐

말문이 막힌 입을 열 듯 텔레비전을 연다

텔레비전도 제 정신이 아니다

물살이 거센 맹골수역

그 물살 속으로 기어드는 세월호

저 배 안에 지훈이 요셉이 아범 어멈

그리고 수백 명의 목숨이 살아 있는데

어디에 호소하나

119?

112?

122?

세상은 캄캄한 먹구름

불쌍하다 이 땅이 불쌍하다

할머니가 주먹으로 이 땅을 내려친다

 

<할머니의 주먹-세월호 침몰 첫날 1> 전문


2014416일 오전 850. 476명을 태운 세월호 여객선이 맹골도 인근 해역에서 가라앉았다. 다시는 생각하기도 싫은 참사. 6835톤이나 된다는 큰 배가 어떻게 저렇게 힘없이 기울 수 있을까? 10, 20, 30, 골든타임이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아니 온종일 가라앉고 있다. 하늘에서 힘센 동아줄이 내려왔으면, 바다 속에서 무슨 괴력(怪力)이 밀어 올렸으면, 발을 구른다. 알고 보니 힘센 사람들 모두 헛된 허수아비들이다. 선장도, 해양경찰도, 장관도, 대통령도 모두 허수아비들이다. 일 년 낸 울기만 했다. 304명이 물에 잠겨 돌아오지못했다.

 

올해는 많이 울었다

너도 울고

나도 울고

배도 울고

바다도 울고

4월부터 5월 내내 울다가

6월엔 현충일을 만나

더 울었다

 

<울고 또 울고-세월호 침몰 55> 전문

이생진 시인은 1929년 서산에서 태어났다. 한국의 대표적 원로 시인이다. 89세의 연령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직도 정정하게 섬을 돌아다니신다. 그는 자신을 물 위에 뜬 섬이라고 말한다. , 그림을 즐겨 그리는 화가이기도 하다. 그는 섬에 다닐 때 마다 늘 스케치북에 바다와 섬을 그려넣는다. 어려서부터 외딴 섬을 좋아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섬이라면 유인도, 무인도 가리지 않고 찾다 보니 그의 발길이 닿은 섬이 천 곳이 넘는다. 특히 젊은 날 군대생활을 하였던 모슬포 뿐 만이 아니라, 성산포, 서귀포, 우도, 다랑쉬오름 등, 제주 어느 한 곳 그의 발걸음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그 곳의 풍광을 사랑하여 곳곳을 걷고 또 걸어 다녔다. 그런 까닭에 올레길이 생기기 훨씬 전부터 제주 걷기 일주를 두 차례 하였으며, 지금도 틈만 나면 스케치북을 들고 제주를 비롯한 우리나라 여러 섬들을 찾아가 직접 그 곳의 풍경을 스케치하고 시를 쓰며 지낸다.

 

목포에서 아홉 시간

무더운 선실에서 누웠다 일어나 앉았다

겨우 가사도에 사람 둘 내려놓고

관매도 해수욕장 손님 내리고 나니

영진호는 갑자기 쓸쓸해진다

서거차도에서 배를 갈아타고 또 한 시간

맹골도까지 다 와서 바위틈에 배를 네 번 댔지만

영 못 올라가고 되돌아간다

빤히 보이는 친정집 마루 친정어머니도 손을 흔들고

동생들도 나와 있던 선착장

선착장이라야 시멘트 한 줌 바르지않은 알 바위

친정어머니는 무어라 소리치는데

파도 소리가 집어먹고 거품이 인다

서거차도로 다시 와서

교회 아래층에서 민박을 한다

오늘 밤은 친정어머니도 뜬눈으로 새우고

시집간 딸도 뜬눈으로 새우겠다

내일은 맹골도 가는 배가 없고

모레 저녁 7

그때 파도가 자야 간다

 

<맹골도 3-친정집> 전문


201748. 필자는 이생진 시인과 함께 23일 일정으로 세월호 참사 현장 인근섬들인 맹골도를 비롯, 죽도, 곽도, 병풍도 등 주변 섬들을 돌아본 적이 있다. 맹골도는 목포항에서 67.3km거리에 있는 고도 중의 고도이다. 진도 팽목항(진도항)에서 맹골도까지는 여객선으로 3시간 30, 섬사랑 9호 여객선은 슬도-독거도-탄항도-혈도-청등도-죽항도-조도-하죽도-서거차도를 거쳐 필자 일행을 세월호 침몰 해역까지 태우고 갔다. 이 여객선의 다음 행선지는 서거차도를 지나 맹골도-죽도-곽도 등이다. 그런데 위 시는 몇십년 전에 쓰신 시인가? 목포에서 아홉시간이라니...그렇게 먼 뱃길로 맹골도에 도착하고서도 파도가 심해 배를 대지못하고 1시간 거리인 서거차도로 되돌아와야 했다니,

 

눈물이 난다

바다 앞에 서면

배 타는 기쁨에 가슴이 설렜는데

오늘은 눈물이 난다

 

진도 팽목항

이 항구에서

동거차

서거차

맹골도로 갈 적에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는데

오늘은 눈물이 난다

 

돌아오라는 염원이 담긴

노란 리본을 달고

붉은 등대 앞세워 바다 끝까지 가는데

가벼운 소리 내며 따라올 것 같은

너의 운동화와

너의 목소리를 끌어내던 기타 줄이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면

너는 돌아오지 않고

눈물만 난다

 

배낭에 집어넣으며 기뻐하던 초코파이랑

컵라면만 바닷물에 떠 있고

돌아오지 않는 너는

지금 어디 있니

 

극락왕생을 밝히던 호롱불을 꺼지고

누구나 들어와 기도하라던

기도실도 잠을쇠가 채워져

빈 천막이 하나 둘 걷히며

찔레꽃 흰 슬픔이 소나무에 매달려 우는데

너는 지금 어디 있니

 

<너는 지금 어디 있니> 전문


이생진 시인과 함께 맹골도로 가던 날. 진도 팽목항에서 배가 출발한지 3시간 후에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에 도착했으나 안개 자욱하여 사고지점은 보이지않는다. 바다는 말이 없다. 자욱한 안개와 거친 파도가 만 3년 전 그 때의 아픔을 말해줄 뿐이다. 사고 현장 인근을 지날 때 우리들은 묵념과 함께 간단한 제를 지낸 후 3년 전의 처참한 아우성을 돌이켜본다. 이생진 시인은 선창가에 서서 말없이 침통한 표정으로 안개 낀 바다만 바라보신다. ‘너희들은 지금 어디 있니라고 가슴으로 울부짖고 계신 것 같다.

 

사진을 보면 너는

거기 살아 있고

사진에서 눈을 떼면

너는 죽어 있다

네가 간 후로

과 사가 엇갈린다

그러다가 결국

네가 죽은 것으로 결론이 나면

또 울고

다시 사진을 보면 네가 살아 있고

그러다 또 울고

힘없는 사람은 그렇게

울기만 한다

 

<사진을 보면> 전문

이생진 시인은 섬을 떠돌며 시를 써온 터라 섬 소리 만 들어도 토끼 귀가 되는 버릇이 생겼는데, 세월호 침몰 후에는 떠 있는 섬들이 모두 가라앉을 것 같아 불안하다. 맹골도로 가는 길이 더 거칠게 일렁이고, 안개가 더 두꺼워 보인다. 아니 꿈까지도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기분이다. 1, 2, 3, 4년 이렇게 물속으로 가라앉는 슬픔, 슬픔이 녹슬고 눈동자가 흙탕물에 잠긴다. 언제쯤 수평선이 회복될까라고 말한다.

팽목항에는 '기다리는 의자'가 아직도 돌아오지못한 단원고 학생과 선생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바다를 향해 어서 오라고, 보고싶다고 손을 흔들고 있는 노오란 깃발, 깃발들. 우리들은 하늘나라에 있는 어린 학생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다른 돌아오지못한 분들에게 편지를 띄운다. 보고싶다. 아이들아, 정말 보고싶다 그대들이여. 이 아프고 슬픈 마음이 과연 하늘나라까지 전해질수 있을까? 타일벽에 남겨진 그때의 사연, 사연들. 미안합니다. 기억하겠습니다.(,사진/임윤식)     *발행처 우리글, 9,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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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식 (lgysy@naver.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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