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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아 개인전 ’문 밖에 서서’ 김영섭사진화랑
전시기간: 2015. 03.18(수)~31(화)
전시장소: 김영섭사진화랑 (서울종로구 인사동길 47 )
초대일시: 3월18일 오후 6시
현실의 층위를 탈각한 이미지
글: 김영태 (사진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
20세기 초반부터 중반까지 정립된 전통적인 사진미학은 현실을 기반으로 이미지를 형성하는 사진에 근거를 둔 결과물이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찬양 혹은 그것에 대한 감흥을 표현하거나 특정한 역사적인 인물 혹은 사건을 기록해서 전달하는 것이 20세기 모더니즘 사진의 주요 경향이라는 이야기이다. 또 다른 축에는 사진의 새로운 표현 가능성을 매개로 현실을 비판하고 풍자하는 아방가르드적인 사진도 자리매김했다.
그 후 1970년대 후반부터는 새로운 미학적 변화가 있었다. 현실을 재현하는 것에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해석해서 재구성하기도 하고 작가 개인의 심리적인 작용을 상징적으로 표상하기도 했다. 또한 이러한 작품의 근원에도 당대의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인 현실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작가의 표현전략 일수도 있고 그것과 무관하게 스며져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1990년부터 현재까지 사진을 비롯한 동시대 시각예술은 그 어떠한 범주와 무관하게 보이는 작품도 있고, 범주화하기에는 모호한 작품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주도적인 이즘ism과 미학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이번에 '문 밖에 서서' 시리즈를 발표하는 레아의 작품에서도 이러한 미학적인 특징을 발견 할 수 있다. 작가는 사실주의적인 표현방식으로 도시의 초현실적인 공간을 직설적으로 작업을 하는가 하면 다중촬영으로 언어적인 영역을 탈각한 또 다른 세계를 표상하기도 한다. 거기에서 노스탤지어 Nostalgia 적인 느낌을 자아내어 인간의 고향, 어쩌면 가장 순수했던 시간을 추억하기 위한 자신의 미적인 감각 및 세계관을 표현하려고 했다. 그 후 지난 2012년에 발표한 ‘언어영역 밖의 기억’시리즈에선 어린 시절의 소망과 같은 상상 속의 기억으로서, 오지 않을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재구성하여, 불분명하고 모호한 이미지를 표상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자신의 감정과 교감하는 다양한 공간 및 사물을 다중노출로 재구성한 결과물이다. 비언어적이고 기호적인 영역을 벗어난 그 어떤 내밀한 심리적인 현상에 대한 이미지들을 전시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선 이전에 발표한 ‘언어 영역 밖의 기억’ 시리즈 중 자신의 미적인 주관 및 사유세계를 상대적으로 명료하게 보여주는 일부 작품과 특정한 공간을 감각적으로 재현한 결과물 그리고 자신의 미적인 감각과 교감하는 꽃, 인형 등 특정한 사물을 재현한 결과물을 동일한 공간에서 보여준다.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제작한 세 부류의 작품으로 구성된 전시이다.
표현방식 및 표현대상의 객관적인 의미와 결과물의 외형도 각기 다르다. 하지만 작가는 정형화된 모더니즘 사진미학에 뿌리를 둔 사진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역사적인 이즘이나 이론적으로 규정 할 수 없는 작가 개인의 지극히 사적인 감정에 충실한 사진작업을 한다. 하지만 작가는 개인의 주관적인 오류나 아집에 사로 잡혀서 작업을 하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에 구조주의 이론가인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 1915~1980, 후기 구조주의 철학자 질 들레즈 Gilles Deleuze, 1925 ~ 1995, 미셸 푸코 Michel Paul Foucault, 1926 ~ 1984 등 자신의 사유와 교차되는 지점이 있다고 판단되는 여러 이론가의 이론을 오랫동안 몰입하여 학습하기도 했다.
자신의 사유의 영토를 확장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여전히 무엇인가를 분명하게 규정짓는 것을 거부한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삶을 살고 작가의 작품은 그것을 반영 할뿐이다.
예술의 역사를 살펴보면 예술에서 작품보다 작가가 더 중요하게 다루어진 것은 불과 2세기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가보다는 작품에 담겨져 있는 메시지나 외형적인 완성도가 중요하였다. 또한 예술가는 자신의 의도에 의해서 작품에 내러티브를 담은 것이 아니라 주문자의 의도를 대신해서 작품을 생산한 것에 불과하다. 그 이후 19세기 중반부터 예술가의 표현의지에 의해서 작품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예술가 혹은 작가가 중요하게 다뤄졌다. 그 후 20세기 초반부터는 결과물보다는 예술가의 관념세계 즉 작업 아이디어와 과정을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고 예술의 비물질화가 보편화되었다.
작가는 이러한 예술의 역사와 무관하게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작업을 한다. 레아가 발표한 작품은 그러한 미학적인 태도의 산물이다. 전시 제목처럼 문 밖에 서서 사물이나 풍경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경계선상에서 생성된 사유를 표현한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이다. 그러므로 이번 전시를 관람하는 이들은 작가의 정신적인 영역을 엿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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